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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 박하 Feb 09. 2024

드보르작의 루살카

사랑에도 기회비용은 적용된다

루살카(Rusalka)는 체코의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ín Leopold Dvořák)가 작곡한 3막 오페라다. 체코어 대본은 카렐 야로미르 에르벤(Karel Jaromír Erben)과 보제나 네므코바(Božena Němcová)의 동화에 기초하여, 시인인 야로슬라프 크바필(Jaroslav Kvapil)에 의해 쓰였다. 루살카는 슬라브 신화에서 호수나 강에 사는 물의 요정이다. 1901년 3월 31일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후 체코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드보르작은 스메타나(Bedřich Smetana)에 확립된 체코 민족주의 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림 음악가다. 당시 첨단을 달리는 바그너의 영향을 오래도록 받았다. 루살카는 오케스트라 구성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거의 일치하고, 첫 번째 등장하는 3명의 여자 엘프와 Wassermann은 바그너의 라인골드(Das Rheingold)에서 라인강의 요정 셋이 난쟁이 알베리히(Alberich)를 희롱하는 장면과 라인업이 똑같다. 루살카가 노래하기 바로 전 특정 멜로디의 하프연주가 나오는데 바로  바그너의 유도동기(Leitmotiv)다.

드보르작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중 어느 누구도 개인의 이름이 없이 모두 자신의 성격이나 직업을 반영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독일어 번역에서는 Rusalka(인어)와 Ježibaba(마녀)만이 체코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루살카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 루살카는 물의 요정으로 하반신이 물고기는 아니다. 그녀는 인간이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왕자를 사랑하게 된다. 허나 그녀는 사랑하는 이와 눈을 맞추고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다. 그에게 그녀는 흐르는 강의 물결 같은 존재다. 마침내 그녀는 인간의 사랑을 위해 음성을 포기한다. 기회비용의 원리는 사랑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빔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Der Himmel über Berlin)'에 영생을 버리고 유한한 인간으로서 삶을 원하는 천사 다미엘(Damiel)이 겹쳐진다. 하지만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며 정체성을 부정한 사랑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딜레마가 따른다.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비극일수도 해피엔딩일 수도 있다. 다양한 열린 해석의 가능성이 있어 흥미로운 소재다.


 루살카가 달에게 왕자와의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비는 내용의 "달에게 바치는 노래"(Song to the Moon)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다. 이번 슈타츠오페라 공연에서는 독일 소프라노 크리스티아나 카르크(Christiane Karg)가 살짝 약간 불안한 감도 있었는데 감정선을 잘 살렸다.

이번 슈타츠오페라 베를린의 루살카 프로덕션은 페터 외트보스( Peter Eötvös)의 오페라 "Sleepless"를 상연한 헝가리 출신의 코르넬 문트루쯔코(Kornél Mundruzcó) 가 전체 연출(INSZENIERUNG)을 맡았다. 무대는 전형적인 아름다운 호수가 아니라 현재 베를린의 WG(Wohngemeinschaft)라는 셰어하우스를 재현해 놨다. 땅층은 루살카와 3명의 엘프들과 강의 지배자 Wassermann이 같이 살고 위층 펜트하우스에는 왕자가 산다. 마지막 비극의 장소는 지하실이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나오는 계층간의 공간 분할하고 비슷하다. 보통 시사성을 강조한 현대적 무대와 해석이 이질적이라 시각의 고전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하는데 이번 루살카는 오페라 원작 의도에 벗어나지 않으면서 동시대를 반영해 괴리가 느껴지지 않는 영리한 설정이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정체성과 육체성에 대해 질문하는 훌륭한 현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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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ALKA

LYRISCHES MÄRCHEN IN DREI AKTEN (1901 )

MUSIK VON Antonín Dvořák

TEXT VON Jaroslav Kvapil

8. Februar 2024

Staatsoper Unter den Linden


BESETZUNG

MUSIKALISCHE LEITUNG: Robin Ticciati

INSZENIERUNG: Kornél Mundruczó

BÜHNENBILD, KOSTÜME: Monika Pormale

LICHT: Felice Ross

VIDEO: Rūdolfs Baltiņš

CHOREOGRAPHIE (2. AKT): Candaş Baş

EINSTUDIERUNG CHOR: Gerhard Polifka

DRAMATURGIE: Kata Wéber , Christoph Lang


RUSALKA: Christiane Karg

PRINZ: Pavel Černoch

FREMDE FÜRSTIN: Anna Samuil

WASSERMANN: Mika Kares

JEŽIBABA: Anna Kissjudit

HEGER: Adam Kutny

KÜCHENJUNGE: Clara Nadeshdin

ERSTE ELFE: Regina Koncz

ZWEITE ELFE: Rebecka Wallroth

DRITTE ELFE: Ekaterina Chayka-Rubinstein

JÄGER: Taeh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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