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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 박하 Mar 13. 2024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 in 베를린도이췌오페라

악이 득세하는 리얼리티

 라 조콘다(La Gioconda)는 아밀카레 폰키엘리(Amilcare Ponchielli ,1834 – 1886)가 작곡한 4막의 그랜드 오페라이다. 빅토르 위고의 희곡 ‘파도바의 폭군 안젤로(Angelo, tyran de Padoue)’를 바탕으로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 1842-1918)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작성하였다. 1876년 4월 8일,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고 1974년 3월 1일 도이체오페(Deutsche Oper Berlin)에서 프리미어 되었다. 폰키엘리는 베르디에 가려 잘 안 알려져 있으나 푸치니와 마스카니의 스승이자 베리스모(Verismo: 1875년에서 1895년 사이에 일어난 이탈리아 사실주의 문학 운동) 오페라 발흥에 크게 기여한 작곡가이다. 대표작이자 성공작인 라 조콘다는 베르디의 아이다와 더불어 이탈리아 유일의 그랜드 오페라로 불리는 규모 있고 개성 있는 작품으로 오페라에서 가장 뛰어난 발레곡 '시간의 춤'으로도 유명하다.  



 대본가인  보이토는 이탈리아 파도바 출신으로 주세페 베르디의 '오텔로', '팔스타프' 등의 명작 대본 작가였고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다. 바그너에 경도되어 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를 만든 작곡가 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는 빌런들이 극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텔로의 이아고가 그렇고 그의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에서도 파우스트가 아닌 악마 메피스토펠레가 주인공을 맡았다. 라 조콘다에서도 베네치아 10인 위원회의 밀정 역할을 하는 바르나바라는 악역이 중요 역할로 등장한다.




배경은 17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이다. 바르나바(Barnaba)는 정치인들의 비밀 스파이이자 온갖 더러운 일들을 처리해 주는 어둠의 하수꾼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의 대상인 주인공 조콘다(Gioconda)를 차지하는 것을 일대 목표로 하고 있다. 조콘다는 거리에서 버스킹 하는 젊은 여자를 뜻하는 가희로 극 중에서는 이름조차 없는 인물이다. 그녀에겐 선장인 엔초(Enzo)라는 남자가 있다. 사실 그는 파도바의 공작으로 라우라(Laura)라는 여자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로 베네치아에서 추방되었다 선장으로 위장취업하여 베네치아로 다시 들어와 현재는 조콘다와 사귀고 있는 상태다. 조콘다에게는 극진히 모시는 눈먼 어머니가 있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 자비를 베푼  종교 재판장 알 비제(Alvise Badoero)의 부인에게 답례로 묵주를 선물한다. 엔초는 그 부인이 옛 연인인 라우라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들의 행적을 눈치챈 악마 바르나바는 조콘다를 차지하기 위해 이 둘의 야반도주를 주선한다. 현장에 나타난 조콘다는 라우라와 한 남자를 두고 피 튀기는 질투의 이중주를 부른다. 알고 보니 자기 어머니를 위기에서 구해준 의인이 라우라임을 알게 되고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기로 한다. 비제의 진주조개잡이에서 주르가가 라일라의 선행을 뒤늦게 알고 사랑의 라이벌 나디르와 라일라를 대신해 희생당하는 대목과 비슷하다.




4막에서 조콘다는 어머니는 실종되고,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담아 이 오페라의 절정인 아리아 '자살(Suicidio)'을 부른다. 어찌어찌 위기에 빠진 엔초 커플을 탈출시키기 위해 조콘다는 악인 바르나바에게 자신의 몸을 바치기로 한다. 토스카에서 그녀를 집요하게 원했던 스카르피아와 마침내 독대하는 장면과 겹쳐진다. 세상 불쌍한 조콘다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죽는 순간에도 바르나바에게 '네 어머니는 내가 죽였다'는 잔인한 범죄 자백을 듣는다. 토스카처럼 나쁜 놈에게 칼을 들었어야지. 대본가 보이토의 빌런 캐릭터를 도드라지게 하는데 부족함 없는 씬이었다.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와 이탈리아 민속 오페라를 혼합한 라 조콘다는 화려한 세트 디자인, 웅장한 군중 장면, 멋진 솔로의 향연으로 시각적인 만족감과 더불어 음악적으로도 사랑스러운 멜로디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인상적이다. 막간의 짧은 발레 무대 '시간의 춤'은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3번의 파우제를 제외하고도 런닝시간이 3시간이 넘어가는 대작이라 다소 촘촘한 밀도감이 떨어지고 늘어질 수도 있으나 화려한 볼거리와 오케스트라의 육중한 음악의 무게감으로 보고 난 후 큰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를 통해 베르디에 뒤지지 않는 어떤 점에서는 능가하는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덕션은 이탈리아 감독이자 세트 디자이너인 Filippo Sanjust의 1974년도 작품이다. 그는 1970년대 로마에 있는 동료의 소품 작업장에서 Amilcare Ponchielli의 LA GIOCONDA의 오리지널 무대 해체 세트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 장식은 19세기 후반 오페라의 구성으로 르네상스 베니스를 연상시키며, 3차원으로 세심하게 그려진 풍경이었다. 일부 섹션은 세계 초연에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원래 의상 디자인과 함께 모두 보존되어 있었다.  그는 이 극의 역사를 부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토스카 세트 디자인을 가지고 있던 도이체 오페라(Deutsche Oper Berlin)에 일련의 장식 구입을 요청하고 자신이 제작 감독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그 이후 지오콘다가 상연될 때마다 잘 유지된 원본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충실하게 반영한 비주얼이다. 엔초와 라우라가 떠나기 위해 준비한 배는 실제로 베네치아 항구에 입성한 듯 현장감이 들었고, 중간 발레가 들어간 파티 장면도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70년대 재현한 베네치아 모습이라 고전의 우아함과 빈티지한 느낌을 동시에 주고 한정된 무대를 스펙터클하게 보여주는 마법을 부린다.


그나저나 대본가 보이토는 온갖 살인과 모사를 저지른 바르나바를 죽이지 않고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으로 마지막 대사와 하이라이트를 받게 함으로 권성징악이나 사필귀정 따윈 현실에 없다고 말해주는 듯 하다. 바르나바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의 품위 유지와 안위를 위해 온갖 더러운 일들을 대신하고 권력자들에게 아부하고 기생하는 사냥개같은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나라를 팔아먹고 민족을 배신한 이들이 대대 손손 더 잘살고 영화와 부를 누린다. 나의 마음을 몰라주고 떠난 그 사람도 잘 산다.

현실은 그러하다.


11.02.2024

BESETZUNG

Musikalische Leitung: John Fiore

Inszenierung: Filippo Sanjust

Kostüme: Filippo Sanjust

Bühnenbild: Originaldekorationen aus der Entstehungszeit des Werkes

Chöre: Jeremy Bines

Choreografie: Gudrun Leben


La Gioconda: Carmen Giannattasio

La Cieca: Marianne Cornetti

Alvise Badoero: Marko Mimica

Laura: Judit Kutasi

Enzo Grimaldo: Angelo Villari

Barnaba: Dalibor Jenis

Zuàne / Ein Sänger / 2. Gondoliere: Philipp Jekal

Ein Steuermann / Kirchendiener: Byung Gil Kim

Isèpo: Andrew Dickinson

1. Gondoliere: Hong-Kyun Oh

Tanz der Stunden: Lisa Pavlov

Tanz der Stunden: Marian Walter

Tanz der Stunden: Mihael Belilov

Chöre: Chor der Deutschen Oper Berlin Tanz

Opernballett der Deutschen Oper Berlin Orchester

Orchester der Deutschen Oper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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