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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 박하 Jun 24. 2024

베르디의 야심작 돈카를로

베르디의 돈카를로.

베르디의 최대 야심작으로 크고 웅장한 규모에 공연시간도 가장 길다. 프랑스 그랜드오페라의 화려함, 바그너풍의 박력 있는 관현악, 베르디 특유의 서정적 멜로디를 두루 갖춘 명작이다. 독일의 대문호 쉴러의 작품을 각색한 것으로 실제 16세기 스페인의 종교분쟁에 영감을 얻어 정치와 종교, 신교와 구교, 우정, 사랑의 갈등이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1876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으로 초연 때 그랑드 오페라로 발레까지 들어간 5막의 공연이 5시간이 넘기도 했는데 당시 파리 막차시간에 맞춰서 오페라 길이를 줄이기 위해 발레를 뺏다고 한다.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버젼에서는 4막으로 줄고 아직까지 판본 정리가 잘 안 되었다. 슈타츠에서는 4막으로 사냥터에서 엘리자베스와 돈카를로가 만나는 씬은 나오진 않는다.

오페라는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배경으로 실제 인물이었던 필립 2세와 그의 아들 돈카를로, 아들의 약혼녀였던 프랑스 공주 엘리자베스, 에볼리공작부인을 주축으로 하고 쉴러가 만들어낸 가공인물인 카를로와 브로맨스를 엮는 친구 로드리고가 등장한다. 돈 카를로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신에 대한 절대의지를 명제로 한다. 극 중 스페인의 식민지인 플랑드르의 해방을 위해 돈카를로와 로드리고가 죽음까지 불사하는데 공연 당시 19세기 실제로 베르디의 조국 이탈리아 북부가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있었다. 인간의 부귀, 권력, 사랑도 신의 입장에서 한낱 보잘것없다는 베르디의 신앙심이 극 중에 투영돼있다. 이번 프로덕션에선 제일 기대했던 돈 카를로와 로드리고의 우정의 이중창도 나쁘지 않았고, 로드리고의 아리아는 소름 끼칠 정도로 잘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2막의 신교도 화형장면의 유명한 Auto-da-fe 장엄한 합창과 밧줄에 나체로 거꾸로 매달린 죄인들에 휘발유를 뿌리는 장면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신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살인은 정당한가 라는 질문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Daniele Rustioni의 정렬적이면서 차가운 지휘, 고독한 지도자 필립 2세로 분한 독일이 자랑하는 베이스 René Pape, 카를로의 절친 로드리고를 연기한 George Petean 베이스, 비운의 엘리자베스에 폴란드 소프라노 Aleksandra Kurzak의 섬세한 노래와 연기가 좋았다. 특히 에볼리공녀인 메조 Eve-Maud Hubeaux는 노래도 나쁘지 않은데 연기가 눈에 띄게 좋았다. 요즘 오페라는 시각적인 면도 중요한데 훤칠한 키에 표현력이 풍부한 엔터테이너기질이 다분했다. 사실 1막에서 박수와 야유가 동시에 나왔다. 르네파페는 아닌 것 같고 카를로 때문인지 약간 당황스러웠다.

 관현악과 성악파트가 동등하게 어울리는 점이 좋았는데 마치 반주와 노래가 내 피부를 뚫고 들어와 혈관 속으로 퍼지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오래전 피카소의 도나마르를 보고 느꼈던 스탕달신드롬과는 결이 다른 짜릿함이었다.


DON CARLO

OPER IN VIER AKTEN (1867/1884)

MUSIK VON

Giuseppe Verdi

TEXT VON

François Joseph Pierre Méry und Camille Du Locle nach Friedrich Schiller

28.06.2023


#doncarlos #verdiopera #돈카를로 #주세페베르디

#베르디가바그너에게물들었다비판받았던

#생음악라이브의매력 #중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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