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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 박하 Jul 12. 2024

신 냉전, 끝나지 않는 혼돈의 시대

존애덤스의 닉슨 인 차이나


1972년 미국 닉슨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주된 내용으로 존 애덤스(John Adams, 1947)가 작곡한 '닉슨 인 차이나(Nixon in China)를 어제 관람했다. 베를린 도이췌오페라(Deutsche Oper)에선 2024년 6월 22일 프리미어를 한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지만 정치색을 배제한 픽션이다. 37대 미국대통령으로 강한 반공주의자였지만 마오쩌둥을 만났고 소련의 브레즈네프 소련 서기장과 회담하면서 미중관계와 냉전체제 완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교업적에도 불구하고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리며 탄핵을 앞두고 임기 중 불명예스럽게 사임하였다.



 오페라의 내용은 픽션이고 정치적이지 않다 해도 연출자에 의해 얼마든지 정치화될 수 있는 민감한 소재다. 이번 도이췌오퍼 프로덕션에서 Franziska Kronfoth와 Julia Lwowski 공동감독은 2차 대전 이후 가공할 핵전쟁의 위협과 여전히 진행 중인 세계의 전쟁과 신 냉전시대에 대한 경각심을 곳곳에 심어두었다.



 


 3막이 끝나갈 무렵 핵폭탄이 터지는 화면에 이어 어떤 음악이나 설명 없이 화면에 숫자가 늘어갔다. 처음엔 년도인가 하다 점점 수가 커진다. 짐작하기로는 세계대전 희생자들의 숫자가 아닌가 한다. 작년 파리 프로덕션에서 두다멜(Gustavo Adolfo Dudamel Ramírez) 지휘에 토마스햄슨(Thomas Hampson)과 르네플레밍(Renée Lynn Fleming) 같은 기라성 같은 싱어들이 닉슨 인 차이나에 참여했다. 배역에 오점이 있는 것이 햄슨은 닉슨이기에 너무 섹시하다는 점.


도이췌오퍼 프로덕션에서마오쩌둥을 분한 실력파 대만 출신 테너 야청후앙(Ya-Chung Huang) 연기와 노래 좋았다. 지난번 런던 로열오페라의 나비부인에서 보고 다시 보니 더 반가웠다. 마오의 부인 장칭역은 한국의 문혜영 소프라노가 맡았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당찬 에너지가 넘쳐 나오는 싱어였다. 극 중 가장 성악적으로 하이라이트인 2막 '나는 마오의 부인'을 잘 소화했다. 바로 도이췌오퍼에서 활동 중인 김병길 바리톤도 그렇고 유럽 현지 독일만 해도 꽤 많은 한국인 싱어들이 포진하고 있다.



화성을 벗어난 음조가 낯선 현대오페라이지만 노래로 된 대사라는 오페라 공식에 비교적 충실하고 시각적으로도 볼거리가 풍부했다. 다만 너무 과해서 문제였다. 극 중 피범벅이 되어 괴로워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장면은 헤르만니치의 피칠갑 퍼포먼스처럼 매우 거북하고 힘들었다. 의상도 자주 바뀌고 놀이동산 캐릭터 같은 무리가 여럿 등장하고, 요즘 유행하는 오페라 공연 중 즉사로 나오는 필름도 너무 어수선하고 정신없었다. 너무 많이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화려해 보이나 임팩트가 없다. 1막에서 마오의 의상이 무슨 벌레 모양 코스튬에 팬티에 볼레로 하나 걸친 모양으로 나오다 나중에야 인민복으로 나오는데 은근 불편했다. 과하게 코믹으로 몰고 갔다. 닉슨과 키신져도 진중하지 못한 캐릭터로 나오긴 했지만 옷은 제대로 입혔다.



도이췌오퍼를 올 때 마다 마음이 편하다. 역을 나오자 마자 극장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아무리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역이름부터 오페라 극장이고 역부터 오가는 통로에는 역대 유명한 음악 작곡가들의 이름이 미로 풍의 그림과 함께 나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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