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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동 호서비 Apr 01. 2024

안동내방가사이야기 6. 이선자 보존회장

관광버스에서 들은 내방가사가 마음을 울렸다.

6. 안동 내방가사 전승보존회 이선자 회장     


안동 내방가사 전승보존회 이선자 회장의 내방가사 사랑은 남다르다. 

이 회장이 내방가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1990년 초이다. 우연히 장수대학 어르신들을 모시고 관광을 하던 중, 여러 어르신이 버스 안에서 노래 대신에 ‘내방가사’를 읊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 회장은 그때 얼마 있지 않아 저 내방가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보존하는 방법을 내가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때 서야 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께서 주신 내방가사를 머리에 떠올리고 어머니를 찾아 내방가사 쓰기와 읽기 등을 다시 공부하면서 보존의 길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 이선자 회장의 어머니가 쓴 내방가사 작품@이호영

“그때 정신이 바짝 들어서 이 보따리 싸다 놓았던 것을, 시집올 때 싸 와서 농 안에 넣어놓고는 제가 헤쳐보지 아니했는데, 그때 ‘아 맞다, 우리 어매가 주신 건데 이걸 그냥 없애지 않고 내가 어매한테 가서 이걸 좀 배워야겠다’ 생각이 들어가 한 4년 동안 어매한테 시간이 나는 대로 매번 갔어요. 어매 한데 읽는 것도 다시 배우고 주신 가사를 다시 가져가서 ‘이게 뭐로?‘ 묻고 어매한테 설명을 듣고 배웠어요.”     


지금도 친정어머니께 물려받은 내방가사 수십 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주 오랜 작품은 아니나 그녀에게는 어떤 보물보다 값어치가 높은 소중한 유산이다.     


이선자 회장의 어머니 조남이 여사@이선자 제공

친정어머니께 다시 내방가사를 배운 이 회장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 내방가사 경창대회‘를 연다. 바로 1997년 용상 장수대학에서 열린 ’ 내방가사 경창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내방가사 보존을 위해 여러 문중에 문의했으나 문중에서 내방가사를 빌려주거나 내놓지 않자, 내방가사를 지역에 알릴 자리를 마련하는 계기를 만든 게 ’ 경창대회‘라고 한다.     

제24회 전국 내방가사 경창대회@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 제공

“이 어르신들의 내방가사를 세상과 만나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계획했던 게 경창  대회예요. 첫 대회 때 국수를 한 40관 정도 삶았어요. 한 2~300명이 참석하면서, 국수와 쌀 한 가마니 정도로 쑥떡을 해서 나눠드리고 그해 단오에 이걸(경창대회) 시작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이 회장은 내방가사를 잊고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이신 고 조남이 (28년생) 할머니께서 평소 틈만 나면 내방가사를 짓고 읽고 있었으나 이 회장은 “뭐 귀신같은 거 그런 거를 읽고 있으시냐”며 듣기 싫어서 핀잔을 주기도 했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내방가사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 ’ 내방가사 경창 대회‘에는 경로당을 통해 모집한 17명의 어르신의 참여로 시작됐고 지금까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을 빼고 24회에 걸쳐 ’ 안동 내방가사 경창대회‘가 개최됐다.   

  

“지금까지 4~500명의 회원이 경창대회에 참여했어요. 전국대회로 열리니까요, 지금 여기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한 150명, 코로나로 많이 세상을 뜨셔서 올해 다시 비영리단체 재등록을 하면서 점검하니, 한 120명 정도 되더라고요.”     


이 회장은 내방가사 전승보존회를 안동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단체로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어르신들이 한글로 가사를 쓰기에 내방가사를 통한 한글 사랑 모임인 ’ 내방가사 한글사랑 동호회‘를 다시 만들어서 전국에 내방가사와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안동에는 내방가사 문학관인 ’ 내방가사 전수관‘ 건립이 중요하다고 한다. 현재 전북 담양에 ’ 가사문학관‘이 있지만 ’ 내방가사‘만을 전문으로 전시, 연구하는 전수관이 안동에 있어야 한다고 이 회장은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방가사는 거의 영남지역 양반가 여성들이 향유한 한글 문학이고, 현재 남은 내방가사 상당수가 경북 북부지역인 점 등을 들어 안동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이 내방가사의 본산지라고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존회원들이 쓴 내방가사 두루마리 묶음@이호영

내방가사 전수관은 어르신들이 남긴 내방가사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현대 젊은이들에게도 교육해서 바른 인성을 갖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옛날식 ’ 밥상머리‘ 교육은 아니지만, 가정과 지역, 나라를 걱정하고 심신을 단련하는 내용으로 된 내방가사 내용을 가르치고, 현대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형식의 가사를 만들어 초. 중. 고등학교에 보급하면 요즘 문제가 되는 청소년 탈선과 범죄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옛 선현들의 지혜도 배울 수 있다는 게 내방가사 보존회 측의 바람이다.     


내방가사 낭송 자격자 등을 각급 학교에 파견해서 사라지고 있는 우리 전통문화를 익힐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한다면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 이야기할머니‘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파견하는 것처럼 내방가사도 전수자를 학교에 파견해 어릴 때부터 단계적으로 옛날에 우리 할머니들이, ’ 아이들 교육을 이렇게 하셨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옛날 우리 어르신들이 지은 ’ 효행가‘, ‘권효가‘를 요즘 말로 편집을 해서 누구라도 보고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연단도 파견하고 있고요. “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학생들 방문@이선자 제공

이선자 회장에서 시작된 내방가사 사랑은 전국에 알려져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안동을 방문한다. 안동 전승보존회 사무실에서 내방가사를 직접 쓴 할머니들의 작품을 접하고 우리 여인네들의 고달픈 시집살이와 생활사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특히 옛 한글인 언문과 글씨체 등을 보고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익힌다.     

이선자 회장은 학생이나 문학전공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방문 때마다 내방가사를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는 등 내방가사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내방가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우리 전통의 문화 인 데다 앞으로도 명맥을 유지해야 할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출처:한국국학진흥원 기획 '안동문화 100선'.  이호영. 『어와 벗님네들』. 안동내방가사이야기. 민속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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