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36개월 전에는 변비에 자주 걸렸다. 우유와 물도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도 분기마다 한 번씩 아이가 힘들어했다.
이틀째 응가를 안 누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약속이 잡혀있어 일단은 보내기로 했다.
지인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어린이집이었다.
"어머니, oo가 응가가 안 나와서 많이 힘들어하네요."
"아~그래요? 바로 갈게요"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약속이 있어 지인에게 다시 약속을 잡자고 말하고 부리나케 뛰어갔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이 기분도 풀어주고 좀 뛰면 장운동이 되지 않을까 싶어 트램펄린이 있는 키즈카페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
다 놀고 집에 왔는데도 깜깜무소식이었다. 이걸 어쩌나?
어린이집에서도 등원하자마자 아이의 응가 성공을 물어보셨다. 아직이요란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청소를 하면서도 전화기를 흘끔흘끔 쳐다봤다. 하원할 때까지 무소식이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원장 선생님이 웃으며 나오시더니 아이가 응가를 성공했는데 양이 많아 변기가 막혔다고 했다. 민망스러운 얼굴로 "제가 뚫어드릴까요?" 했더니 손사래를 치시며 괜찮다고 하셨다.
찝찝한 마음을 뒤로한 채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등원하면서 뚫어뻥과 고무장갑을 챙겨 나갔다. 아직 막혀있으면 뚫을 작정이었다. 원장님한테 인사를 하고 변기 물이 내려갔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내려갔다고 했다. 아직 막혀있으면 뚫으려고 연장을 가져왔다고 하니 놀라면서 크게 웃으셨다.
'아이가 있으니 이런 것도 하는구나'하고 나한테 놀라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