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에버랜드를 다녀오고 나서, 확실히 반의 분위기는 붕붕 뜬다.
11월이라는 학기말스러운 시기와 더불어 수많은 행사들(가을운동회, 수학여행, 예술체험 등)에 분위기가 완전히 떠버리는 것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붕붕 뜬다는 것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
어제 동학년 회의를 열어서, 6학년 선생님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복도는 화장실 갈 때와 통행에만 이용하고, 쉬는시간에는 반 안에서만 쉬도록 할 예정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복도에서
1. 자꾸만 전력질주를 하고
2. 이동하는 학생, 뛰는 학생, 갑자기 열리는 화장실 문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너무나 크고
3. 뛰고 넘어뜨리고 하는 장난에 대해 아무리 주의를 줘도 고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으며
4. 다른 반 학생들과 섞여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뜬소문으로 인한 학교폭력의 위험이 발생하고 있으며
5. 노느라 화장실은 자꾸 수업시간에 가겠다고 하고
6. 놀다가 수업시간에 늦거나, 늦지 않더라도 붕붕 뜬 상태여서 수업 분위기를 잡기가 어렵다.
앞으로 쉬는시간에는
1. 다음 수업시간을 준비하고,
2. 화장실에 다녀오며,
3. 교실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것 정도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4. 복도로 나가서 뛰거나, 난간쪽에서 놀거나, 다른 반 학생들과 잡담을 하지 않도록 한다.
너무 내가 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6학년 담임 한번 해보시기를..
담임에 대한 무한책임과 숨막히는 사회의 엄격한 잣대.
교직생활을 하면서 복도 생활지도를 했다가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고 위협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 학부모님은 아이 아버지가 화가 많이 났다고 하면서, 어떻게 화장실도 못 가게 하냐고 했는데
당연히 화장실은 가도록 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생리현상인데 어떻게 막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고소하신다고 해서 하시라고 했더니 고소거리는 아니라 그런지 유야무야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상처는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고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그렇게 불만사항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하여 복도 생활지도를 결심하였다.
다만 채찍만 휘두를수는 없으므로, 당근을 함께 제시한다.
1. 체육시간 한 시간 더 하기
학생들의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하는 시간은 필요하. 다만 체육교과시간에, 그리고 담임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다.학생들이 좋아하는 피구나 뉴스포츠 위주로 수업을 구성할 것이다. 어떤 교구로 수업해볼지 고민중이다.
2. 학기말 파티 진행하기
끼를 발산하도록 판을 깔아주겠다고 하며 실제로 매우 멋지게 판을 깔아줄 계획이다. 이때 장기자랑을 진행한다. 악기, 태권도, 마술, 스케이트보드를 탄다면 타는 영상 찍어서 보여주기, 춤, 아무거나 다 된다. 피아노가 특기라면 전자피아노를 빌려오는 수고스러움까지 각오하였다.
사회자를 선정하고 우리반 교실을 무대처럼 꾸며서 뭔가 근사하게 학기말 파티를 진행한다. 이때는 먹을 것도 가지고 올 수 있으며 자기 장기자랑 할 때 배경 음악도 정해오면 틀어준다.
모든 학생은 한 번 정도는 꼭 장기자랑을 해야하며, 팀으로 장기자랑 한 것도 한 번으로 인정된다. 여러번도 가능.
일단 두가지 정도 당근을 제시하기로 동학년 선생님들과 결정하였다.
위기의 학기말.
전국의 모든 담임선생님들께서 학기말을 잘 이겨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