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6학년 교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지금 우리 반 학생들은 나의 교직 생활 중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이다. 그런데도 12월은 예의를 못 지키고 선 넘는 학생들, 쉬는 시간과 수업 시간 심지어는 방과 후에 일어나는 무수한 다툼...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담임을 하기 정말 힘들다.
사명감 아니면 절대 못 하는 직업, 교사.
오늘은 학생 간 다툼을 상담하다가 점심도 거의 못 먹었다. 다른 학생과의 다툼으로 화가 난 학생이 점심시간에 말도 안 하고 없어져버려서 걱정이 되어서 찾아다니는데 그래서 더 못 먹었다.
학원 가니 남기지도 못하고 수업시간 중 상담은 학습권 침해고 쉬는 시간은 짧은데 학생 마음은 어루만져줘야 하고 그와 동시에 가능하다면 화해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밥이 안 넘어간다.
다행히 점심시간 동안 상담이 끝났고, 마음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갈등에 봉합은 한 학생들.
5,6교시 미술. 사회 통일 관련하여 미술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여러 명이 동시에 다툰 분위기 속에서 도저히 모둠 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나도 진이 빠져서 도저히 계획된 미술 수업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보아 둔 토니배블만만세 선생님의 5분 크로키 그리기 활동을 하였다. 8절 도화지와 연필만 있으면 바로 진행이 가능하여 비상 상황에서 하려고 생각해 두었던 미술 활동이었다.
세계의 명소는 6학년 2학기 사회 세계지리와도 연관이 있으므로, 학생들에게 안내한 대로 사회 관련 미술 수업이라는 주제에도 부합했다.
마음의 고통을 잊기 위해 나도 같이 세계의 명소를 보고 5분 동안 열심히 그렸다. 정말 집중해서 그렸다.
내가 점심도 안 먹고 고생한 것을 본 몇 학생들은 내게 잘 그렸다고 연신 칭찬해 주었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 정말 고마웠다. 집중해서 열심히 그리고, 칭찬까지 받으니 뭔가 기분이 나아졌다.
온갖 사건 속에서 교사의 마음의 고통은 교사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데, 이 날은 미술 수업을 얼른 바꾸어 학생들과 함께 그리며 힐링을 하였다.
5,6교시가 미술이었던 것이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