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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구름배 Apr 18. 2023

동굴세계의 끝판왕

피란, 포스토이나 동굴(postojna cave) in 슬로베니아

'무한의 계단' 게임 실사판을 보는거 같아 한참 웃었다/ 주황색 삼각김밥마을이 바다를 향해 빼곡히 들이대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피란의 성벽 꼭대기에서 본 피란마을이다.)
유럽도시 어딜가도 방탈출처럼 좁은 골목을 헤치고 나오면 넓다란 광장과 마주친다. 방탈출 미션성공을 자축하듯 카페에 모여 짠~!
동굴에도 봄이 온 걸까? 꽃잎처럼 활짝 피우는 녀석이다. / 수만개의 흰 바늘이 꽃힌 것처럼 보인다. 보기만 해도 앗 따갑다.
커튼같이 얇게 말린 녀석 옆, 비파청동검처럼 굳세게 생긴 녀석이 힘자랑 안하고 잘 어울리니 흐뭇하다./ 애들 눈엔 화이트 초코 퐁듀로 보이는지 석주보며 입맛 다신다.ㅋㅋ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었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설렘도 있지만 긴장의 촉수 또한 빳빳하게 뻗친다.

일요일이라 유심 파는 매장이며 마트가 닫혀있다.
헉.. 이럴 땐 꼼짝없이 카페 와이파이 그지가(?) 되어야 한다.
근데 주차장에서 와이파이가 잡히는 거다.
가족 모두 오예~~ 소리~질러~
귀순 : "다운받아도 되지?"
나 : "그럼!"
김기사 : "다운받지 않는 게 좋을 걸~ 기분만 나빠"
나 : "왜?"
김기사 :  "밤새도 다운 안될 거야~느려서ㅎㅎ"

오늘은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포스토이나 동굴(postojna cave)에 갔다.
입장료가 세서(4인 가족 14만 원) 고민하다 일주일간 외식을 접고 동굴에 가기로 확정!

결론은
동굴세계의 끝판왕이다.

나 "도대체 자연이 이곳에 뭔 짓을 한 거야? "
뚜뚜 "데메테르가 한 건데"
요즘 우리 애들은 그리스 로마신화 책에 푹 심취해 있다.
나 "진짜?"
뚜뚜 "데메테르는 대지의 여신이면서 지구의 어머니거든"
나 "그럼 데메테르가 어떻게 이 석순을 만들었어?"
뚜뚜 "데메테르가 흙을 밟으면 풀이 자라는 것처럼 동굴을 지나다니면 석순이 자라." 

포스토이나에 들어가기 전 석순과 종유석에 대해 실컷 이야기 나눴는데 들어와서는 데메테르가 밟아서 석순이 생겼단다 ㅋㅋㅋ

수만 개의 서로 다른 모양의 석순, 종유석, 석주들이(커튼같이 생긴 녀석,  바늘, 퐁듀, 비파청동검, 버섯처럼 생긴 녀석 등.. )
심포니교향곡을 연주하듯 웅장하고 아름답게 어울린다.

천천히 걸어가는데도 종유석 모양의 변곡점이 잦고 가빨라 하악하악 숨을 헐떡이게 한다.

여기에 동굴에서만 산다는 세계희귀종인 베이비 드래건(Olms)이 산단다. 투명한 피부에 눈은 퇴화하고 앞발 뒷발만 있다. 10년 동안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데 수명이 100년이나 된다고 한다.

한 끼만 안 먹어도 온몸이 반응하는 나로서는 존경의 대상이 된다. 어둠 속에서 10년 동안 먹지도 않고 100년이나 살아가는 Olms느님!

내가 만약 Olms처럼 10년 동안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축복일까?
요즘 같아선 축복 맞다.
삼시세끼 해 먹는 것에서 잠시 해방될 수 있으니~ㅋㅋ


♡ 차에서 사는 4 가족의 유랑 경로 ♡

한국 출발(22.08.19) -러시아 횡단(김기사만)-핀란드(여기부터 네 가족 다 함께)-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독일-네덜란드-다시 독일-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튀르키예 -조지아-튀르키예-불가리아-북마케도니아-알바니아-몬테네그로-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202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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