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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Oct 14. 2023

[월간 영화기록] 9월의 기록들

9월의 영화 별점과 단평

[월간 영화기록]은 월마다 간단한 소회와 함께, 영화관에 개봉 혹은 OTT에 공개된 영화들을 총정리하여 별점과 간단한 평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가을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대작 영화가 별로 개봉하지 않는 계절이다. 날씨가 선선해진 만큼 사람들의 발걸음은 밖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보통 가을은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아트하우스 영화가 우리를 찾아온다. 특히 작년 말이나 올해 초에 이름을 알린 아트하우스 영화들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개봉하곤 한다. 2월에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이름을 알린 영화들이 9월이나 10월에 개봉하는 경우도 있어, 영화팬들에겐 고된 기다림을 보상받는 시간이다. 어쩌면 가을은 시네필에게 가장 행복한 계절이다.


반면 올해 추석 연휴를 노리고 개봉한 한국 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 신작은 그 누구도 흥행을 예상하지 않았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다른 영화들도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의외로 심각한 문제이다. <천박사>, <1947 보스턴>, <거미집> 전부 손익분기점을 빠르게 넘기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천박사>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였지만 사실상 손익분기점 240만 명은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영화 <30일>과 <달짝지근해: 7510>의 선전은 눈여겨볼 만하다. 두 영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괜찮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한국 영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끌어모았다. 특히 좋은 입소문을 통해 구매력이 좋은 20대 여성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극장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다소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두 영화의 결과는 의외다. 그러나 이 두 영화도 아직 손익분기점은 넘지 못했다. 9월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유재선 감독의 <잠>이 유일하다.


할리우드에서 배우, 작가, 제작사와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AI와 임금 문제로 배우와 작가 협회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많은 영화, 시리즈 작품들이 제작을 멈추었다. 이로 인해 <듄>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도 개봉을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이는 관객의 수요도 감소시키기 때문에 극장은 침울한 상황이다. 앞으로 남은 2023년의 극장가는 생각보다 텅 빌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좋은 타협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10월의 기록들이다.

(브런치스토리의 경우 별 반개가 표시가 되지 않아서 점수도 함께 표시합니다.)



<어느 멋진 아침>

감독 : 미아 한센 러브


아버지가 기억을 잃어갈 때, 아이가 성장통에 아파할 때, 상실과 회복 사이에서 사랑이 남긴 것을 어루만진다.

울면서 웃는 레아 세이두의 표정 안에 영화가 담겨있다.

★★★(3.0)



<이노센트>

감독 : 에스킬 보그트


호러 스릴러로 풀어낸 한 아이의 성장담이자, 한 아이의 파괴 본능을 이끌어 낸 사회에 관한 비판적 메시지.

신기에 가까운 카메라 연출로 서스펜스를 만든다.

★★★(3.0)



<잠>

감독 : 유재선


부부는 거창한 것으로 싸우지 않고, 치약 짜는 위치로 싸운다.

차곡차곡 불안감을 적립하여 관객마저 잠식시키는 영화의 힘.

★★★☆(3.5)



<어파이어>

감독 : 크리스티안 페촐트


기어코 관객의 마음까지 불길이 번진다.

★★★★(4.0)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적당하고 무난한 할로윈 간식.

★★★(3.0)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

감독 : 제프 로우


자기만의 개성을 갖지 못한 채 지나치게 문화의 힘을 빌려 우왕좌왕한다.

★★☆(2.5)



<그란 투리스모>

감독 : 닐 블룸캠프


게임과 현실의 감각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레이싱을 범벅하다.

레이싱카를 큰 화면에 담으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착각.

★★☆(2.5)



<여덟 개의 산>

감독 : 펠릭스 반 그뢰닝엔 / 샤를로트


끝내 마음의 폐허로 회귀하는 구심력으로 삶의 의미를 자맥질하다.

되돌아갈 수 없는 애상의 추억과 곡진한 우정을 산과 하늘에 묻다.

★★★★☆(4.5)



<거미집>

감독 : 김지운


자기확신과 자기부정 사이에서 헤매는 창작자의 딜레마를 배우들의 생기와 유머로 담아내다.

★★★☆(3.5)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감독 : 김성식


오컬트 소재를 다루면서 물에 물 탄 듯 맹탕.

CG의 퀄리티 문제가 아니라, CG가 영화에 어울리는가의 문제.

★★(2.0)



<1947 보스턴>

감독 : 강제규


인물은 달리는 데 정작 영화가 달리지 않는다.

국가주의적 감격의 힘을 믿고 초지일관 무노력.

★★(2.0)



<플로라 앤 썬>

감독 : 존 카니


마음을 한 움큼 건네며 음악을 만드는 장면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순간이 없다.

★★☆(2.5)



<스크래퍼>

감독 : 샬롯 리건


그토록 넓은 화면에서, 각자의 세계를 벗어나, 드디어 문을 열고 포옹할 때, 그들의 집은 다채로운 꿈으로 가득하다.

★★★(3.0)



<절해고도>

감독 : 김미영


장면이 시의 구절이 되고, 시간의 여백이 행간이 되어, 마음을 채우는 강물이 된다.

무의미 속에서 길어낸 의미 있는 대사 한마디가 이토록 썰물처럼 마음을 쓸어내린다.

★★★☆(3.5)



<킴스 비디오>

감독 : 데이비드 레드몬 / 애슐리 사빈


넷플릭스만 클릭하면 수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서, 역행의 에너지와 영화에 대한 광기로 맹렬히 돌진한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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