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운 Nov 13. 2024

4, 천재 화가와 천재 시인

천재 화가 이중섭과 천재 시인 백석을 만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예술의 혼을 닮고 배우며 느끼고 싶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작품 세계에서 찬란한 예술혼의 불태울 수 있었을까?


시대적 아픔과 현실적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남긴 작품에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과 고귀함 그 자체였다.


이 두 천재 화가와 시인을 만난 시간들은 나에게는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고군분투하며 치열하게 작품 세계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두 분의 삶을 만났기에 가능한 얘기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 그 이상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시로 표현한 두 사람은 신선하고 비릿하면서도 거친 냄새가 뒤섞인 통영을 사랑했다.


이중섭 화가는 부산 제주도 다시 부산에서 통영으로 약 2년 가까이 생활했다.


나전칠기기술원을 세운 유강렬이 통영행을 권유했다.


그는 이곳에서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시인들과도 교류가 잦았다.


그림을 사랑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시를 읽고 외우는 사람이었다.


서피랑과, 세병관, 충렬사를 오가며 작품을 구상하고 그림에 풍미를 더했다.


전쟁과 타향 그리고 무능한 가장. 절망에서 벗어날 방도는 그림뿐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돈을 벌어 아내와 두 자식이 있는 도쿄로 돌아가리라는 다짐은 물거품이 되고, 개인전을 열었지만 삶은 급격히 추락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그림뿐이었다.


백석 시인도 통영에 2~3번 왔다.


이유는 그가 마음에 둔 박경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친구 신현중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다.


박경련은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통영에 내려와 있었다.


딸을 시집보낼 때가 되었지만 상대로 백석이라는 사람은 낯설고 미심쩍은 데가 많았다.


애지중지 키운 딸을 평안도 사내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백석의 친구 신현중은 백석 어머니가 기생 출신이라는 소문을 흘려 혼사를 막고 만다.


후일 신현중은 박경련과 결혼을 한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석은 열렬히 흠모했던 처녀를 빼앗긴 동시에 친구까지 잃어버렸다.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첩에서 신현중이라는 이름을 지워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지은 시가 ‘통영’이다.


충렬사 앞에 가면 이 시가 있다.


백석을 기념해서 만든 탑이다.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백석이라는 시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두 천재 예술인을 대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한 인간으로 태어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주어진 여정을 끊임없이 몸부림쳤다는 사실이다.


때론 죽을 거 같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세상이란 무대에서 당당히 맞서 싸워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두 분에게 찬사를 보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길을 잃은 적도 있지만, 또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처음 가 보는 인생이었지만 후대에 이렇게 멋진 선물을 선사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내가 매일 걷고 생활하는 이 공간들이 수많은 업적을 남긴 예술인들의 작품의 무대가 되었다는 사실이 짜릿하고 소름 돋는다.


나 역시 아마추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며 흔들리며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인생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낼 것이다.


비록 어설프고 아직도 삶이 서툰 모습이지만 흔들리면서 끝까지 가보는 거다.


이분들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3, 여인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