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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 Young Dec 10. 2024

(29) 우정과 헌신의 가치

친구 어머니의 헌신과 영향

 세상은 때로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같은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공허함은 따뜻한 정원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는 친구를 두고 한 말이다.


 내게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유일한 절친이 있다. 지금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생각하며 배려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걷느라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학창 시절 쌓은 우정은 여전히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전교 상위권 성적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총학생회장을 맡았다. 나는 규율부장을 맡으며 그와 더욱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뛰어난 학업 성취와 리더십으로 친구들에게 존경받았고, 나는 규율부장의 역할을 통해 책임감과 결단력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려운 가정 형편이라는 무거운 짐이 있었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곧바로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경비원과 일용직으로 일하셨고, 어머니는 노점상과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2남 2녀를 어렵게 키우셨다. 친구의 부모님은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친구들까지도 소중히 여겼다. 그래서 그의 집은 항상 친구들로 북적였다.

다정한 어린시절 친구/인터넷 다운

 친구네는 외삼촌 집에서 방 두 칸을 빌려 살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다. 나는 그 집에서 며칠씩 머물며 친구들과 바둑이나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당시의 즐거움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친구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셨다. 늘 따뜻한 세끼를 준비해 주셨고, 포장마차에서 팔다 남은 어묵이나 튀김을 넉넉히 챙겨주시곤 했다. 때로는 우리에게 용돈까지 주셨다.


그 시절, 친구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늘 분주하셨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우정을 강조하며 우리를 보듬어 주셨다. “친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란다”라는 그분의 말씀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이런 가르침은 친구가 의리와 우정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친구는 남을 배려하고 희생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었고, 그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상이었다.


 친구는 결혼 후 1남 2녀를 두었다. 그는 자신이 받지 못했던 교육을 자식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택시 운전, 일용직, 배달, 농사 등 가리지 않고 어떤 일이든 해냈다. 마지막에는 아내와 함께 신문 보급소를 운영하며 새벽에는 신문 분류와 배달, 낮에는 수금과 영업을 병행했다. 하루 4시간 남짓 잠을 자며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했다.


 그의 헌신은 자녀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자식들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직접 데리러 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큰딸은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둘째 딸은 대학병원 전문의로, 아들은 공군 파일럿으로 성장했다.


 이제 그는 두 딸의 자녀, 즉 외손주 3명을 돌보며 3대에 걸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자식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는 비로소 자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한국인의 자식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하다고 한다. 이러한 부모의 헌신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자 희망이다. 친구는 내게 제2의 자산과도 같은 존재다.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친구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과 잘 키운 자식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 역시 큰 자산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든다.


 다음 주에는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난다. 그 친구가 사는 대구에서 전국에 흩어진 옛 친구들이 모이기로 했다. 40여 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그동안 각자의 삶에서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모여 우리의 우정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괴테는 말했다. “친구란 우리의 삶에서 큰 자산이자 위로가 된다.” 친구의 어머니가 강조하셨던 말과도 닮은 이 문구는 오늘날 나의 삶을 떠받치는 중심축과 같다. 그 친구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 우정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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