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이 원인이 아니고 SVB의 투자실패가 원인이다
SVB(실리콘밸리은행)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36시간 만에 파산으로 가버렸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죠.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314002004&wlog_tag3=naver
은행 파산을 떠올리면 우리는 "BANK RUN"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은행으로 대거 몰려가 내 돈 내놓으라며 줄을 서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중 스마트폰의 보급은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주었죠.
결국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이 가장 빠른 속도로 파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왜 파산을 한 것일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과도한 금리인상이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간접적인 이유인 것이고,
직접적인 이유는 SVB의 투자실패라고 말입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도록 하죠.
보통 은행은 고객에게 예금을 받아서 대출을 해주거나 투자를 통한 수익을 창출해 마진을 남깁니다.
이를 통상 "예대마진"이라고 부르죠.
은행은 남의 돈으로 돈을 굴리는 만큼 국가에서는 안전장치를 요구하는데요
BIS비율 8% 라는 자기 자본 비율로 제한을 하죠.
쉽게 생각하면 1억 예금받으면 8%인 800만 원을 제외하고
9200만 원까지 대출을 해주거나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통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 모두가 한순간에 은행에 몰려가 돈을 찾지는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8%라는 제한으로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평상시라면요..
우리만 하더라도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갑자기 돈을 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주변사람들이 몰려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지도 않죠.
아무튼 SVB는 그 자기 자본을 2020년 유동성 파티가 시작되어 은행에 돈이 많이 들어오자
미국 장기 국채를 사들였습니다.
고객들에게 1~2년 낮은 예금 이자를 주고 자신들은 장기로 10년 이상 채권을 사서 생기는 차익을 노린 것이죠.
지난 글 장단기금리격차 관련 글에서 설명했듯 금리는 단기보다는 장기가 높기 때문에
마진을 많이 남기려면 당연한 방법이 됩니다.
https://blog.naver.com/rcstock/223044306087
이게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입니다.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올리지 않을 거라던 연준에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빅스텝이니 자이언트텝이니 하며 금리가 올라가는 속도도 역사적으로 빠른 수준이었죠.
그러다 보니 국채 이율이 가파르게 오르게 되고,
이미 발행되어 있던 0~2%대 채권의 가격이 곤두박질치며 하락하게 됩니다.
채권의 특성상 만기까지 가져간다면 원금과 이자를 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이 없습니다.
다만, 중간에 팔게 된다면 현재 나오는 채권대비 수익률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1억을 10년 동안 빌려주면 매년 0.5%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을 사놓았는데,
금리가 올라서 지금 나오는 채권이 1억을 10년 동안 빌려주면 매년 5% 이자를 받게 된다고 가정해 보죠.
내가 산 채권은 1억을 빌려주고 만기 때 기대 이자수익금은 500만 원입니다.
지금 나온 채권은 1억을 빌려주고 만기 때 기대 이자수익금은 5000만 원입니다.
내가 산 채권을 팔려고 내놓는다면 누가 살까요?
당연히 지금 나오는 채권이 훨씬 매력이 있으니 쳐다도 보지 않겠죠.
하지만 내가 돈이 급해서 반드시 빨리 팔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만기까지 가져간다면 1억과 이자수익금까지 받을 수 있는 채권이지만
9000만 원 이든.. 6000만 원이든 싸게 팔아야 하겠죠.
결국 그렇게 SVB는 채권으로 투자해 놓은 자신들의 자산을 팔지만 않으면 손실이 없지만
만약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상태였던 거죠.
그리고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이 고금리시대의 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경기침체로 인해 돈이 필요해서 자금을 인출을 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이 된 거죠.
또, 은행에 1~2% 예금이자를 받으며 맡겨 놓느니
직접 국채를 사서 투자하는 편이 이자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게 된 기업들도 인출을 시도합니다.
자금 회전이 빠른 편에 속하는 기업들이 장기국채를 사기엔 부담인데,
최근 장기 국채보다 단기 국채가 이자가 좋으니 6개월짜리 채권만 사더라도
은행이 주는 이자보다는 높은 상황인 거죠.
그렇게 실리콘밸리 은행에 대규모 인출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은행은 인출자금을 마련하고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주식과 채권을 손해를 보더라도 내다 팔기 시작합니다.
BIS비율을 맞추지 못하거나 자금을 주지 못하면 파산이니까요.
그게 바로 실리콘밸리 은행의 주가가 60% 폭락한 2023년 3월 9일 목요일이었습니다.
요즘 소문도 빠르고 사람들의 행동도 정말 빠릅니다.
그다음 날은 소문을 들은 기업들의 인출요청이 들어오죠.
그리고 은행이 가지고 있는 예금의 25% 해당되는 인출이 진행됩니다.
이 정도 규모는 전 세계 어느 은행이라도 파산할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BIS 비율이 높은 은행도 15% 이내이니까요.
결국 금요일은 36시간 만에 파산으로 이어지게 된 거죠.
이렇게까지 보면 미국의 금리인상이 SVB파산의 이유 같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이라면 금리예측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수익과 손실도 충분히 계산했어야 합니다.
일개 주식 전문가인 저도 2021년 중순부터 예측하고 주장한 것이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인걸요.
연준에서도 미국정부에서도 이 문제가 커진다면 금융시스템 붕괴가 우려되기 때문에 나서서 해결해 준 것이지
사실 냉정하게 본다면 투자실패로 인한 문제이기에 해결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죠.
시장은 여전히 SVB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연준이 금리를 빨리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6630&ref=A
그런데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의 금융시스템과 경제는 문제없다고 이야기합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311_0002222751&cID=10101&pID=10100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18020
더군다나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인상의 칼을 뽑아 든 지 1년이지만 여전히 CPI(소비자물가지수)는 6%입니다.
https://www.fnnews.com/news/202303150729458567
아직 금리인상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연준일 텐데
과연 금리를 낮출까요?
SVB의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미국은행이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은행이나 증권사를 보면 투자를 굉장히 잘하는 집단으로 보게 됩니다.
하지만 실상은 여러분들의 친구나 이웃이 투자를 하고 있는 수준이죠.
은행이 연준의 금리인상을 예측하지 못해서 가격이 떨어질 국채를 과도하게 투자를 해놓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마치 삼성전자가 안전하니 가격을 예측하지 않고 최고가에 고객들의 자산을 몰빵해 놓은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은행이 SVB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더군다나 금리인상의 진정한 공포는 부동산담보대출입니다.
지금의 사태는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장기채권이 담보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해결해 주었지만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이 담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죠.
채권은 하락을 해도 만기까지 가져가면 원금이 보장되는 반면
부동산은 만기가 무엇이며, 원금 보장은 웬 말이죠.
이 문제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문제입니다.
단기적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일 겁니다만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되니 조심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시장은 단기적으로 공포감을 느끼고,
단기적으로 안정감을 주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완전한 엇박자죠.
우리는 조금 다르게 준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SVB사태가 금융위기의 전조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판단을 통해 미리미리 준비하실 수 있는 투자자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