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

지독한 회피형과 해결 지향형

by 하루

초반에 다툼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대화를 하다가 그가 내 버튼을 누르면, 나는 “왜 그렇게 말하냐?”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는 그런 뜻이 아닌데 왜 그러냐고 반문했고, 결국 나의 긴 침묵으로 이어졌다.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줄곧 말을 멈추고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그의 버튼을 몇 번 눌렀던 것이다.


투덜거리며 “집에 간다”거나 “이게 뭐하는 거냐”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내 머릿속에는 “저게 무슨 어린애 같은 생각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간다”고 말하며 자리를 뜨면 그는 나를 붙잡고, 왜 그렇게 느끼는지, 그리고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과할 건 하고 넘어가자는 주의였지만, 내 입장에서는 왜 그런 일을 만들고 가만히 있는 나에게 해결을 바라고 사과하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핫도그 집에서의 데이트 날, 싸움이 무엇으로 시작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핫도그를 주문한 후 우리는 말다툼을 했고, 그는 단단히 삐져 있었다. 그의 행동에 화가 난 나는 $20짜리 핫도그를 손도 대지 않고 나왔다. 그는 그 핫도그를 혼자 다 먹었다.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


나는 속으로 ‘나도 너 같은 남자는 처음이야’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리얼리티 쇼를 함께 보고 있었고, 바람을 주제로 한 커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내게 “너라면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바람피면 그대로 헤어지는 거지, 안녕이야.” 내 생각을 말했다. 이후 그는 조용해졌다.


그는 “나도 바람을 피우고 그럴 거라고 생각해?”고 물었다. 나는 “너는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다시 조용해진 분위기에 “너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그냥 헤어진다 말할 수 있는 거야”라고 다시 덧붙였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대화 내내 '사람을 상처주고 용서가 어딨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그래, 난 차가운 사람이야. 다른 사람을 상처 주면 용서는 없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내가 정말로 차가운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는 “난 차가운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 아이도 가지지 않을 거야”라고 덧붙였다. 이후에 생각해보니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그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용서와 관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었고, 반면 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용서를 바라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서로 다른 시각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전에도 우리 둘은 부단히 노력했다. 이 거리를 좁히기 위해 우리는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멀리 여행을 갔는데, 밤에 그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심리 상담사가 여자친구가 감정적으로 학대하는 것 같지는 않은지, 그리고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무기로 던지는 건 아닌지 물었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의 입장에서는 헤어지자는 말이 소통이 아닌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비춰졌을지 모른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가왔지만, 내가 느꼈던 상처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문제 이후에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나는 그런 접근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느꼈다. 나의 입장에서는 그가 내게 상처를 주는 말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감정적으로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갈등을 일으켰다. 헤어지자는 내 말이 그에게는 차갑게 들렸겠지만, 나는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 각자의 감정에 집중하며 갈등을 키워갔다. 그는 용서와 회복을 원했지만, 내 마음은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각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서로를 너무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여행 이후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내가 싫어하는 장난을 조심하기 시작했고, 말투도 달라졌다. 떠보는 말 없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나는 꽉 다문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과 그걸 영어로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그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나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이전의 어이없는 맞대응 같은 건 없이 시작된 대화는 점차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진정한 소통이 시작되었다.


점점 싸우는 횟수가 줄어들고,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기보다는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관계의 큰 전환점이 되었고, 서로의 마음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지독한 회피형인 나의 이전의 연애는 싸움이 거의 없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을 왜 해야 하지 생각하며 싸움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다. 가끔 삐지는 일은 있었지만, 그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불같이 싸우고 화해하며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더욱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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