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쏘아 올린 한국을 위한 기도
‘미, 미, 미, 미이. 미, 미, 미..’
‘Look at ya.’
얼마 전 내한한 칸예의 Runaway 라이브 영상을 봤는데요. 요즘... 그 영상 안에 갇혀있습니다.
짙은 밤, 스타디움을 매운 사람들의 환호성은 피아노 건반음과 함께 한층 더 고조됩니다.
칸예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여유롭게 무대 위를 누빕니다.
바로 그때, 한마음이 된 3만 명의 떼창이 그를 관통해 지나갑니다.
그는 두 팔을 벌린 채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춰 섰습니다.
한 사람의 음악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다시 음악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내는 함성은 그 사람을 감동시켰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본 것이었지만 그 순간 음악의 힘, 예술의 힘, 연결의 힘이 무엇인지 느꼈습니다.
‘칸쪽이 동방YE의지국 와서 제대로 치유하고 감’
‘한국 와서 좋은 기운 많이 받고 위로받고 힘내길…. 사랑의 힘은 위대하잖아. 팬들의 사랑 듬뿍 받고 힘내보자!’
워낙 구설에 자주 오르내리는 데다 최근 불발된 해외 콘서트 때문에 한국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죠.
표가 매진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리스닝 파티가 끝나고 집에 간 사람도 있다고 하니 팬들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칸예는 이번 방문에서 OECD 자살률 1위인 한국을 위해 특별한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하네요.
리스닝 파티가 끝나고 가면을 벗고 나타나 데뷔앨범부터 50여 곡을 메들리로 부른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 기도를 올려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무대 아래에서 눈물을 훔치는 가족과 부둥켜안는 장면까지.
그야말로 서로를 구원한 셈이죠.
연결이 가진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칸예와 팬들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쓴 가사가 내게 공명할 때, 다른 사람과 함께 그 노래를 부를 때, 누군가 내 음악을 들어줄 때...
그 연결감은 콘서트장이 아닌 일상에서도 일어납니다.
한 마음이 되어 부르는 음악과 달리 주의를 기울여야 느껴지는 미세한 파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날 콘서트장에서 울려퍼진 그의 음악이 저를 하늘로 밀어 올렸다면 그의 기도는 저를 묵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타인과의 연결을 느낄 수 있을까.
자살공화국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단군 이래 가장 큰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지만 개개인이 지고 갈 삶의 무게는 더없이 무거워진 한국에서 팬들을 치유하고 간 예를 보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졌는데요.
오래전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Through the wire는 지금 들어도 명불허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