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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May 07. 2023

주말의 카페

주말의 카페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아니, 이건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주문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과 자리를 잡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곧 빌 것 같은 자리 앞에서 타이밍을 재며 기다리는 눈동자, 손님이 떠난 테이블을 닦고 쓰는 손길, 바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많은 바리스타들, 주방에서는 밀려드는 식기를 세척기에 넣고 다시 빼서 다음 주문을 위해 제자리로 돌려놓는 움직임. 게다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 블랜더, 식기 세척기, 전자레인지의 소음, 음료를 만들기 위해 소통하며 소리를 높이는 바리스타의 목소리, 쉴 새 없이 공명하며 카페의 모든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이 모든 것이 폭발할 듯 모여 엄청난 에너지가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주말의 카페는 놀랍기만 하다. 나라는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라고나 할까?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알면서도 왜 계속해서 이렇게 밀려드는 것일까? 이런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이는 내 성향 하고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줄 서서 먹어야 하는 경우라면 미련 없이 돌아서서 조금 덜 맛있는, 줄 안 서는 곳으로 간다.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한적한 곳이 좋고, 여러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한 두 명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피크 타임에 음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참을 집중하다가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2시간이 사라져 있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였다. 음료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반경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대부분 열 발 이내에서 다 해결이 가능하다. 그럼 체력적으로 좀 낫지 않을까 싶지마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먼저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게 때문에 목이 아프다. 이러다 거북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다. 그리고 음료를 만드는데 생각보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한 가지 음료라면 그리 상관이 없겠지만, 손님들은 다양한 음료를 마시고 싶어 한다. 변화무쌍한 주문에 레시피를 복기해야 하는데,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수십 종의 음료 제조법이 섞이게 된다. 나에게는 수십 잔의 음료 중 하나겠지만, 이 음료를 제공받는 손님에게는 돈을 내고 주문한 한 잔의 음료이기 때문에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적의 음료로 나가야 한다.


이렇게 러시를 건너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 기진맥진이라는 말이 이때를 위해 만들어진 말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로는 모든 바리스타의 집중력 저하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다. 평일이라면 피크 타임 이후 고객의 방문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주말은 다르다. 집중력이 저하되든 말든 손님은 계속해서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 정신을 챙기지 않으면 실수가 만발한다. 마지막 한 잔까지 최선을 다해. 






놀이 공원도 아닌 카페에 이렇게나 사람이 몰릴 일인가 싶은 주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지만, 결국 몸을 움직이며 남는 생각은 한 가지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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