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이가 드니 몸이 하나씩 고장 난다. 그래 물을 많이 섭취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화장실을 자주 간다. 그래도 바쁠 때는 최대한 참고, 조금 한가해지면 틈을 타서 화장실에 다녀온다. 화장실에 갔더니 사장이 있다. 아까 점심 먹고 내려오면서도 마주쳤는데, 또 마주친 것이다.
"XX 씨,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 같네?"
웃으면서 한 이야기지만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구구절절 설명하기 애매하다. 변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싫다. 나 역시 그냥 웃으며 넘겼다. 사장은 나를 꾀나 부리는 직원으로 생각할는지 모른다. 뭔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말한 사장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2
매장 오픈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영업을 위해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매뉴얼은 있지만,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매장 오픈 준비가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점검 사항을 잊지 않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수첩에 리스트를 만들어 적었다. 그리고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오픈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사장이 와서 보면 항상 문제가 보였다. 이것은 빼먹고, 저것은 건너뛰고. 그때마다 다시 수첩에 적어놓지만, 그다음 오픈 때도 부족한 게 나온다. 사장이 새로운 부분을 추가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주인의 관점과 일하는 자의 관점은 같을 수가 없다.
3
제목만 보면 사장을 욕하려고 쓴 글인가 싶지만, 그런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좋은 사람이다. 급여가 밀린 적도 없고, 쉬는 시간은 확실히 보장해 주고, 직원 복지도 신경을 많이 쓴다. 그렇게 괜찮은 사장이지만,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 때론 억울하고 이해가 안 된다. 마음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으니 내 의도가 왜곡되는 것 같아 보인다. 이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건 사장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일 잘하는 직원이라 해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라도 엄마는 아니다. 아무리 딸 같은 며느리라도 딸은 아니다. 사장과 직원의 관계는 그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