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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봉이 Feb 15. 2023

일본, 육즙 가득 교자향 풍기는 밤

금요일 밤, 나리타 이자카야에 방문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금요일 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일본의 이자카야에 방문했다. 일본에 오기 불과 일주일 전 서울시청역 근처의 이자카야에 방문했었는데,

“이번에 일본에서 제대로 된 하이볼을 먹어봐야겠다! “ 생각하며 신나고 들떴다.


시청역 근처 이자카야는 야끼토리(꼬치)가 주된 메뉴였다. 야끼토리야 실패하기가 어려운 종목이라 마음 놓고 주문했지만, 음… 만족도가 그렇게 크지는 못했다.

우연히 시킨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와 함께 먹는 교자만두가 더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이런 아쉬운 기억을 뒤로하고 비 오는 금요일 밤, 나리타역 근처의 이자카야로 우리는 달려갔다.

처음 방문한 이자카야는 이미 만석이었다.


199엔 생맥주와 야키토리 이자카야 삼대 조류멜로


달콤하고 강렬한 꼬치냄새를 맡으니 더더 테이블에 앉고 싶어 졌다. 그러나 남은 테이블은 두 자리뿐이라는 직원의 말에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우리는 네 명인데..)


불에 자글자글 구워지는 야끼토리 냄새가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이 이자카야를 검색할 때 구글맵에 이렇게 나와있었다.

199엔 생맥주와 닭고기 이자카야


왜 굳이 딱 닭고기만을 칭했을까?

야끼토리라는 단어가 한국말로 번역하면 구운 닭고기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야끼토리가 꼬치집이라고 번역되지 않고 닭고기로 나온 듯하다.


아무튼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리고 바로 옆에 있는 이자카야로 우리는 향했다.


하카타 게키죠 나리타점


입장하니 꼬치를 굽느라 자욱한 연기와 함께 시끌벅적 일본어가 들린다.


“이랏샤이마세!! “


일행이 일본인 혼혈이라 능숙한 일본어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의자가 있는 자리는 모두 차 있었기 때문에 좌식 테이블에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고소하고 기름진 야키토리…! 그리고 테이블마다 하나씩 있는 교자만두가 우리를 더더 배고프게 했다.



메뉴를 구경하다가 음료를 주문하겠냐는 점원의 말에 주저하지 않고 바로 주문했다.


산토리 하이볼 (角ハイボール)


하이볼은 기본적으로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이자카야를 가보면 다양하고 이색적인 하이볼들이 있다. (얼그레이 하이볼, 레몬 하이볼, 진저하이볼..)


그런 하이볼 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나에겐

 ‘산토리(Suntory)’


산토리라는 일본의 주류회사에서 하이볼을 위해 가장 많이 팔리는 라인이 바로 ‘카쿠빈’이다. 각진 병을 뜻하는 카쿠빈. 원래 인기가 없던 라인이었는데, 일본에 하이볼 붐이 일면서 카쿠빈이 가장 인기 있는 라인 중 하나로 재탄생됐다. 가장 저렴한 위스키라인으로 하이볼에 제일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한국의 이자카야를 가도 ‘산토리 카쿠빈 하이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진저에일이 들어간 진저하이볼을 주문했다.

이렇게 높은 (high) 잔에 나오는 하이볼!  컵의 기다란 모양이 하이볼의 유래와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꽂혀 나오는 막대를 저어 진저하이볼의 달콤하고도 청량한 맛을 가득 느낄 수가 있었다. 연이어 우리가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는데 가장 맛있었던 메뉴들을 독자에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교자 (餃子)


내 마음을 설레게한 교자 한판


만두를 칭하는 말 교자!

9년 전 오사카에 엄마와 여행을 가 잊을 수 없는 교자를 먹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철판에 지글지글 구워 나온 이 교자는 다진 돼지고기가 가득해 씹자마자 고소하고 기름진 육즙을 뿜어냈다.


간장과 식초를 섞은 소스에 찍어먹으니 더욱 맛있다. 같이 간 일행이 밥을 시켜 함께 먹자고 해서 밥에 곁들여 먹었다. 일본 맛집을 발품 팔아 검색해 보았을 때, 진정한 교자의 맛은 그 본고장인 하마마쓰시(양배추가 가득한 교자로 유명) 혹은 우츠노미아시(군만두, 물만두, 찐만두등 다양한 종류의 교자로 유명) 먹을 수 있는 듯하다.


지글지글 구워나온 교자


이 날 우리는 교자의 맛에 매료돼 두 판을 더 먹었고 교자 수프라는 특이한 메뉴를 주문하기도 했다. 동일하게 구워진 교자가 걸쭉하고 진하기 끓인 닭육수에 퐁당 빠져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먹어본 적 없는 맛이기에 흥미롭기 느껴졌다.


모츠나베 (もつ鍋)


부추와 두부 양배추가 올라간 모츠나베


동물의 내장을 뜻하는 모츠 (もつ)! 이 모츠나베에는 일본의 호루몬 (ホルモン)이라고 불리는 대창이 들어가 있다.  살면서 한국에서 손에 꼽는 대창전골 요리를 먹은 적이 있다.


이태원의 모츠나베 전문점이었는데, 이름은 ‘토키바야마’. 스모선수 출신 셰프님이 만들어주시는 모츠나베에 추운 겨울 몸을 따끈히 녹일 수 있었다. 이때 먹은 나베는 달고 짠맛이 강해 일본식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다.


몇 년 뒤 우리 동네에 굉장히 유명한 모츠나베 집이 생겼다. 매콤한 빨간 국물의 모츠나베를 만드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완전하 맞춰진 나베 요리였다. 마지막에 밥을 넣어 리조또를 해주는 것을 보고, 단순히 “아 한국인들이 전골요리 끝이 밥을 자주 볶아먹으니까 리조또로 말아서 만들어주시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런데 여기서도 옆테이블을 보니 밥을 마지막에 냄비에 넣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마지막에 리조또를 해 먹는다고 한다. 그때 깨달았다. 밥 볶아먹는 맛있는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역시 맛있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기 마련이군…!)


보글보글 끓여지는 모츠나베


보글보글 끓는 모츠나베의 야채를 폰즈소스에 살짝 찍어서 먹으니 추운 겨울 몸이 따끈하게 녹아내렸다.


열심히 그렇게 기름진 대창을 폰즈에 찍어먹고 있었더니, 일본인 친구가 “이거에 찍어먹어 봐! 훨씬 맛있어! “라며 처음 보는 소스를 권했다.


그 소스의 이름은 유즈코쇼!

유자 껍질과 고추를 사용하여 만든 페이스트인데 찐하게 나는 유자향 사이로 매콤한 고추의 맛이 느껴진다.

또 국물에 넣어먹으니 향긋한 맛이 올라와서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원래도 나베요리나 라멘에 많이 넣어먹는다고 한다.



가라아게 (唐揚げ)


가라아게는 한국에서도 정말 많이 먹게 되는 일식. 일반 카레전문점에 가도 토핑으로 가라아게를 얹어먹기를 추천하고는 한다. 보통 간장에 염지를 하거나 생닭다리살에 양념을 하기 때문에 일본의 가라아게는 짠맛이 있는 편이다. 튀김반죽을 이용하지 않고 바로 전분가루 상태에서 튀겨 튀김옷이 얇고 바삭하다!


그래서 밥과 함께 먹는 반찬 대용으로도 좋고 맥주 한잔을 부르는 술안주로 먹어도 제격이다. 옆에 양배추를 함께 먹으면 아삭한 맛이 가라아게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이 날 하이볼과 여러 가지 일본식 안주를 함께하니 술잔은 금방 비워지고 속은 든든히 채워졌다.

개인적으로 교자의 맛이 너무 훌륭해 독자분들이 일본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느 이자카야에서나 교자를 꼭 시켜보기를 추천드린다!


이자카야는 일본의 정체성이 매우 확연히 드러나서 관광객으로 하여금 방문했을 때, 일본의 즐거운 주류 문화와 생활양상을 몸소 체험하고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퇴근하고 한잔 하는 일본의 직장인들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친구들과 술 마시러 온 대학생들, 또 부부동반으로 술자리를 가지는 손님들도 볼 수 있었다. 이런 모습들을 보니 ‘어느 나라를 가든 사람 사는 건 또 다 비슷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여태까지 살면서 항상 새로운 삶을 원해왔는데,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사람의 삶은 결국 거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의 삶에 감사하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근처 편의점에 가서 편의점 털이를 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일본, 정말 최고다!


다음에는 꼭 가족 그리고 연인이랑 함께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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