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도시, 방콕의 불타는 키친 (태국 요리의 비밀)
푸켓의 노을을 뒤로한 채, 방콕에 도착했다. 방콕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오렌지 캬라멜의 방콕시티!
학창 시절 이 노래가 방콕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 같다. 빠른 템포의 테크노사운드가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방콕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그랬던 방콕도 요즘은 분위기가 좀 바뀐 듯하다. 코로나 때문인지 이전보다 유흥의 분위기가 죽었다. 실제로 클러빙을 즐기는 회사 동료는 시내 클럽에 들렀다가 실망했다며 불평한다. 클럽에 가득할 줄 알았던 테크노 사운드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힙합음악이 흘러나와 흥이 깨져버렸다나 뭐라나..
아무튼 나의 방콕에서의 하루는 좀 달랐다. 흥이 가득하다 못해 즐겁고 행복했지, 바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쿠킹클래스 덕분이다.
타이커리, 망고 스티키 라이스, 똠양꿍, 팟타이…!
태국의 대표 요리들을 직접 만들 생각을 하니 한껏 신이 나서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요리와 먹거리야말로 진정 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대변하는, 여행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태국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느끼러 클래스가 열리는 사톤으로 달려갔다.
“그랩 택시기사 아저씨 조금만 더 빨리 달려주세요!”
도착하니 나 이외의 9명이 단체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7명은 네덜란드에서 온 항공 승무원들이었고, 두 명은 독일에서 온 커플이었다. 모두들 맛있는 음식을 만들 생각에 아이처럼 설렌 모습이 귀여웠다. 역시 음식은 모두를 기쁘게 만든다.
첫 타자는 시큼하고 매콤한 그 맛이 자꾸 끌리는
‘똠양꿍 (Tom yum kung)’
똠얌꿍은 ‘끓이다(Tom)’, ‘새콤하다(Yam)’, 그리고 ‘새우(Kung)’ 가 혼합된 단어이다. 새우를 넣고 끓인 새콤한 수프라는 뜻으로 새우가 주재료로 들어간다.
흥미로운 점 한 가지! 베트남 음식에 고수가 듬뿍 들어가듯이, 태국 요리에 종종 출연하는 친구가 있다.
바로 ‘카피르 라임의 잎사귀.‘
타이푸드에서 나는 특유의 향과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기특한 친구이다. 가운데 줄기는 사용하지 않고 잎만 톡톡 떼서 준비해 주면 된다.
그 이외에 토마토, 레몬그라스, 코코넛밀크 등을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맥주가 절로 생각나는 뜨끈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그다음은 직접 만들어 더 맛있는 맛봉이표
‘팟타이 (Pad Thai)’
앞서 푸켓편에서도 소개했듯이 볶은 쌀국수 요리 팟타이는 계란, 새우, 야채가 조화를 이루어 고소한 맛이 일품인 태국 요리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굴소스와 케첩등을 넣고 열심히 볶아주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설명을 들어보니 정통 팟타이에는 ‘타마린드 소스‘가 들어간다. 동남아 소스에 빠지지 않는 콩으로 만든 소스. 음식에 새콤달콤한 맛을 가미해준다고 한다. (우스터소스에도 들어가는 신기한 소스!)
이 소스가 가정에서 구하기 힘들다 보니 케첩을 대용품으로 사용하였고 기존의 갈색 팟타이에서 우리 어머니가 해주신 것처럼 주황색의 팟타이가 생겨났다. 실제로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타마린 소스 대신 케첩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 디쉬를 만들어보았다!
‘그린 커리‘
타이커리는 어떤 칠리페이스트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빨강 고추, 초록 고추 아니면 주황 고추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레드, 그린 아니면 오렌지 타이커리로 나뉘는 것이다. 친구들이랑 타이 음식점에 가면이 세 가지 맛의 차이가 엄청 클 줄 알았는데, 그냥 색과 맵기의 차이였다니…! 조금은 배신감이 들었다.
그래도 맛있는 나의 소중한 타이커리. 커리 페이스트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요리가 시작된다. 고추와 갖가지 잎 (고수, 레몬그라스, 라임) 등과 향신료를 넣고 열심히 빻아서 만든다. 그 페이스트를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맵기와 농도가 결정된다.
이 페이스트를 집에서 직접 만들기란 너무 어려울 것 같단 생각에 나는 돌아갈 때 레드페이스트, 그린 페이스트를 각각 하나씩 사서 돌아왔다.
디저트로 망고 스티키 라이스를 먹고 나면 모든 클래스는 끝이 난다. 달콤하고 고소한 스티키 라이스와 망고의 조화가 처음엔 낯설었다. 한국인들은 밥과 과일을 절대 함께 먹지 않는데..! 그러나 세 번 정도 시도하한 끝에 그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코코넛의 달콤함과 찰밥의 고소함에 자꾸 손이 가는 태국의 디저트이다.
*원래 망고 스티키 라이스의 찰밥은 흰색인데 이 친구는 푸른색이다. 왜일까? 버터플라이 피 잎을 넣어서인데, 종종 시각적으로 이쁘라고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세 시간 동안 열심히 땀 흘리며 타이푸드를 만드니 주방의 열기가 후끈후끈해지고 이미 캄캄한 밤이 되어있었다. 세 번째 요리를 먹을 때부터 배가 점점 불러서 나중에는 못 먹겠다며 포장을 부탁했다.
이렇게 방콕에서 나의 타이푸드의 여정도 끝이 났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음식의 유래와 재료들을 알고 나니 내가 만든 요리가 더 의미 있고 맛있게 느껴진다.
호텔로 돌아갈 때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어 세븐일레븐에 들러 재료들을 샀다. 타마린드 소스, 커리페이스트, 타이칠리페이스트 등등… 혼자만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들을 누리고 싶진 않아서 요리해 줄 생각에 또 마음이 설레인다. 맛있는 음식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잊을 수 없는 식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재료가 더 필요하다.
바로 함께 나누고 즐길 사랑하는 사람들!
나의 식탁을 나눌 사람들이 떠올라 오늘도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