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역 진미 평양냉면
본격적 여름의 시작!
지난겨울, 뜨끈한 어복쟁반에 소주잔을 기울인 기억을 뒤로하고 후덥지근한 여름이 시작됐다.
어복쟁반의 육향 가득한 육수를 홀짝이며, ‘어? 이 육수로 평양냉면을 만드는 거라면, 무조건 맛있겠는데?‘라고 생각했었지…
그래서 겨울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했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학동역-
‘진미평양냉면’ (뚜둥)
개인적으로 애청하는 평양냉면 애호가 성시경 님의 먹을 텐데에도 출연한 가게로 많은 평냉파의 든든한 지지를 얻고 있는 식당이다. 매년 미쉐린 스타를 받아냈다니… 대단하다.
사람은 많은데 이모님들께서 정말 일을 빨리 잘하셔서 음식도 빨리나오고 주문도 잘 받아주신다.
제육, 만두 반판! 그리고 평냉하나 비냉하나 시켰다.
만두..! 오우 근데 이북식 만두라 슴슴할 줄 알았는데 고기 가득한 만두소에 간이 짭짤하게 베어 정말 맛있다.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주르륵하고 흐르는 게 다음에 오면 반판말고 한판 시켜서 먹고 싶었다.
만두 강력 추천!!
때깔이 곱디고운 우리의 제육-!
처음에는 ‘아니 왜 수육을 제육이라고 부르는 거지.’ 생각했다. 알고 보니 제육은 ‘돼지 豬 저‘자를 따와서 저육을 제육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했다. 수요미식회 신동엽아저씨와 그 외 패널들은 삶은 후 한 김 식혀 먹는 고기가 제육이라고… 평양냉면 집 가면 수육보다는 제육이라고 부르는 곳이 대부분. 아무튼 어렵다.
근데 이 제육.. 진짜 진짜 맛있다.
한 김 식혀 나와 쫀득쫀득한 제육은 끝부분의 쫄깃한 껍데기, 비계 그리고 살코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마늘을 곁들여 함께 주는 소스에 한번, 김치에 싸서 한번, 그리고 먹고 나서 소주 한잔 들이켜는 걸 추천!
대망의 평양냉면 등장-
미식가가 되고 싶어서 평양냉면을 먹을 줄 알고 싶었다. 평양냉면의 맛을 알아야 진정 음식을 즐길 줄 아는 구르메가 될 것 같아 호기롭게 물냉면을 주문했다.
“면을 풀기 전에 국물을 먼저 먹어보라 했어!”
국물을 후룩 마셔본다. 육향이 강하고 진했다. 국물인데도 확실히 기름진 향이 느껴졌다. 오케이! 이제 면을 슬슬 풀어 맛있게 먹어야지! 하고 기분이 좋았다.
근데 웬걸. 한입 먹자마자 든 생각.
‘평양냉면은 내 맛이 아니다… ‘ 육향 가득 육수의 향을 머금은 메밀로 뽑아낸 면을 입에 넣었는데 저절로
’이게 무슨 맛이야?‘ 생각이 들었지. 고기육수와 조금은 말캉한 메밀면의 궁합이 낯설고 생소했다.
처음 먹어보는 냉면의 맛에 당황스러웠다.
식초와 겨자를 넣어 내 맛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실패. 비빔냉면은 양념 덕분에 그래도 우리에게 익숙한 맛이었다.
우리 옆테이블은 물냉면 한 그릇 다 남기고 비빔냉면을 하나 더 시켜서 먹었더라.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탓인지, 자극적인 냉면의 맛에 익숙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양냉면 참 어려운 음식이야… 나에게 아직은 찰기 가득하고 시원한 함흥냉면이 내 스타일이다.
그전까진 진미평양냉면에서 만두한판 제육한판 시켜서 소주잔을 비워야겠다.
엥겔지수 최고봉 직장인!
맛봉이 작가의 다양한 음식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같이 얘기해요.
https://brunch.co.kr/@eatpray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