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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봉이 Feb 02. 2023

파스타의 본고장을 방문하다.

이탈리아노, 음식의 맛과 멋을 아는 사람들


파스타를 처음 접한 건 한국에 파스타 레스토랑 ‘닐리’가 2000년대에 오픈했을 때부터였다. 가족들이 낯선 파스타 가게가 집 근처에 오픈했단 소식에 줄 서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닐리의 대표메뉴가 까르보나라였는데 처음 접하는 메뉴에 모두들 “오~ 생크림파스타가 까르보나라구나~”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귀엽고 웃긴 것 같다. 까르보나라가 뭔지 모른 체 크림파스타라면 까르보나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삶에 파스타를 익숙하게 만들어준 그 레스토랑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고 지점은 몇 군데만 남지 않았다. 그 뜻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이상 한국식으로 변형된, 기본적인 파스타보다는 특별하고 이색적이거나 본고장의 맛을 살린 파스타를 찾는다는 사실이 아닐까? (오스테리아를 찾는다던가…바질크림파스타, 쉬림프로제파스타 등등 새로운 파스타를 즐긴다던가..)


적어도 나는 그렇다. 보편적인 맛보다는 정통 파스타의 맛이 늘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에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 진짜 까르보나라의 맛을 찾기로 결심했다.


두오모 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밀라노에 도착해 두오모 성당역 쪽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동행과 무엇을 먹을지 재잘재잘 얘기해 댔다.


“난 젤라토가 먹고 싶어! “

“나는 티라미수를 꼭꼭 먹어야지. 본토의 맛은 정말 다를 것 같아. “


약 삼십 분을 달리니 역에 도착했고 벌써부터 내가 고대하던 진한 파스타의 향이 성당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거리에 파스타 가게가 줄을 서있고 투고 피자가게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두오모 성당의 외관과 박물관


두오모 성당에서의 짧은 관람을 마치고 내가 원하던 티라미수가게에 가서 티라미수를 포장했다. 솔티드 캐러멜과 기본 티라미수를 포장했는데, 직원들이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티라미수 (Tiramitsu)




글을 쓰면서 티라미수라는 이름의 기원을 찾아봤는데, 역시나! 귀여운 뜻이 숨겨져 있었다.

이탈리안의 Tirare(밀다)와 mi (나를) su (위로)의 합성어로 ‘나를 위로 올리다!’ 즉 ‘기분이 좋아지게 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뜻을 알게 된 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게, 이 달콤한 디저트 한입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커피에 적신 레이디핑거를 크림과 겹겹이 쌓아 만드는 티라미수. 마스카포네 치즈와 생크림, 계란의 환상비율로 만들어지는 티라미수는 만들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몇몇 디저트 카페들은 비싸고 수급이 어려운 마스카포네 치즈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도 한국에서 티라미수를 먹어봐도 마스카포네를 넣지 않는 곳을 종종 봤다. 그래서 부드러운 크림의 맛은 느껴지지만 고소한 맛이 부족했다.


“딱 이거다! ” 싶은 티라미수는 맛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 두오모광장 일대에서 나름 유명한 티라미수는 호텔에 가서 포장해 먹었다. 아쉽게도 기대만큼 엄청난 맛은 아니었다. 중간에 들은 커피를 머금은 시트, 레이디핑거(혹은 사보이아르디)가 너무 적셔져 질척한 맛이 났다. 그래서 집에 가서 내가 티라미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집에서 해 먹어 본 결과 훨씬 신선하고 맛있었다.)


어쨌든 먹어보고 싶었던 디저트를 뒤로하고, 동행과 저녁은 파스타를 먹기로, 파스타와 맛있는 주류를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여러 검색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이탈리안 음식은 sin sal! (소금 빼주세요)이라고 외쳐도 매우 짜다는 말이 많아서, 음식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진짜 녹진하고 풍미가 강한 까르보나라를 먹어 독자들에게 공유하려 한다.


그전에! 꼭꼭 한국인들에게 소개하고픈 이탈리아의 주류문화가 있다.


아페르티보 (Apertivo)


레스토랑 메뉴판과 아페르티보-아페롤 스프리츠


이탈리아의 식전주 문화이다! 

와인을 사랑하는 이탈리아는 밥 먹기 전에도 밥을 먹을 때도 식사 이후에도 한잔의 와인을 즐긴다.

내가 방문한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을 열면 맨 첫 장에 아페르티보가 적혀있다. 직접 직원에게 이 술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식전주 와인으로 식사와도 곁들여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달콤하고 가벼우니 부담 없이 것이라며 추천해 주었다.


한잔 시켜 맛을 보니 “우아! 이게 술이라고?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페르티보는 두 가지 술이 대표적인데 내가 사랑하는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 (Prosecco) 혹은 아페롤 스프리츠 (Aperol Spritz)로 나뉜다고 한다.


아페르티보-아페롤 스프리츠


내가 마신 것은 아페롤 스프리츠로 프로세코와 아페롤 리큐어를 반반으로 섞은 다음 약간의 탄산수 그리고 가니쉬를 넣어주는 것이다.


아페롤 스프리츠에 사용되는 리큐어 아페롤 역시 이탈리아의 리큐어로 씁쓸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주로 아페르티보를 만드는 데 사용돼서 리큐어병 뒤편에 만드는 법이 나와있다!


이 식전주를 마시며 이탈리안들은 서로 즐겁게 대화하고 식사 전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3시에서 5시 사이로 이루어지는 이 식전주 문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호텔 혹은 서양의 해피아워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식전주를 마시며, 식사와 함께할 메뉴를 고민하다 보니 트러플 페투치니와 까르보나라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내 선택은 결국 까르보나라.

크림이 아닌 계란 노른자, 베이컨이 아닌 판체타, 관찰레로 만들어지는 이 진성의 맛을 난 꼭 느껴봐야겠다!



식전빵과 아무렇게나 뿌린 발사믹 식초,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 식전빵으로 허기를 좀 채워주며 우리가 주문한 식사를 기다렸다. 우리가 방문한 식당은 두오모 성당 옆 사람이 정말 많은 갤러리아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서버도 많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그리고 대망의..!


까르보나라 (Carbonara)


밀라노의 까르보나라


노란 빛깔이 인상적인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 (Carbonara)의 어원은 숯쟁이를 뜻하는  Carbonaro(charcoal burner)로 파스타에 후추를 올린 그 모습이 마치 숯쟁이와 비슷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치즈와 후추 (Cacio pepe)가 주된 재료이던 이탈리아에서 엄청나게 맛있고 획기적인 크림파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요리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계란과 베이컨을 자주 섭취하던 미국이었기에 그들이 가져온 재료 (계란 베이컨 크림)등을 넣어 한번에 조리하니 엄청나게 맛있는 파스타로 거듭났다고 한다. 이 요리를 만든 레나토 괄란디 (Renato gualandi)는 리쵸네(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 영국군과 미국군의 회담을 위한 점심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넣은 이탈리안 후추가 맛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주며 맛의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한다!


이 작고 귀여운 까르보나라에도 이런 깊은 역사가 숨어있다니…! 까르보나라라는 파스타가 더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까르보나라의 기본 재료는 계란, 후추, 판체타로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쉬운 요리이다. 삶은 면에 파마산치즈를 듬뿍 넣은 계란을 익히지 않고 면과 비벼 크리미 하게 만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게 익숙한 까르보나라에 비해 이탈리안은 매우 짜다고 익히 들어서 소금을 빼달라고 말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냥 즐겨보기로 마음먹고 한입 넣어보았지. 그런데 웬걸…! 그 짭짤함의 정도가 레드와인 한잔을 떠올리게 할 뿐 그 이상은 절대 아니었다. 또한 알단테로 익혀진 파스타의 식감이 꽤 재밌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도 까르보나라를 종종 해 먹었지만 밀라노의 것은 깊은 풍미가 인상적이었고 계란만 썼음에도 더 크리미 하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파마산 치즈의 형태는 아예 보이지 않았지만 그 이유는 아마 계란소스에 모두 녹아들어서 인 것 같다. 치즈는 소스 안에서 강하고 꼬리꼬리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위에 올라간 판체타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미국의 베이컨보다 더 강한 향을 품고 있었다.  훈연의 과정을 거치는 베이컨과 달리 이탈리아의 판체타는 훈연하지 않고 건조 그리고 숙성시킨다.


두 가지 모두 맛있지만 이 이탈리아의 판체타는 더 짭조름했고 맛이 강했다. 아마 익히지 않고 건조, 숙성만 시켜 돼지 특유의 냄새가 더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동행이 먹은 파스타와 피자 모두 이탈리안 감성이 그대로 묻어있는 훌륭한 맛이었다. 특히 피자는 도우가 고소해서 집에 갈 때 우리 모두 한판씩 더 포장해 갔다.


호텔에 도착해서 사온 간식들을 먹으며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났다. 이 맛있는 음식들을, 문화를 혼자만 즐기다니..! 나중에 꼭 맛있는 이탈리아산 레드와인 한 병을 들고 가 부족하지만 직접 모두 요리해 주리라 마음을 먹는다.


토스카나 지방 몬탈치노 레드와인 한 병들고 집에 가서 열심히 열심히 요리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나의 식탁이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가져다줬기를!


가족들에 대한 나의 사랑


부온 아페티토! (Buon appet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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