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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필 Feb 10. 2023

난임우울증상담센터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사람들

 나는 3년 3개월 차 난임 여성이다. 시험관 3차, 인공수정 3차에 유산 1회 경험이 있다. 난임 시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긴 하지만 난임치료 비용이 워낙에 비싸서 부족하다. 비용 문제로 1년에 2번만 시술하는 것으로 정해두었다. 올 3월부터 다시 산부인과에 다닐 예정이다.

 1월에 연말정산에 반영하기 위한 난임계산서를 발급받으러 갔다가 2023년 상반기 맘보듬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3월 시술시작에 대한 부담감과 시술한다고 임신이 될까? 하는 불안감 등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했기에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7월에 회사에 휴직원을 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임신에 실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6년 회사를 다니고 나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했던 때였다. 마침 고객과 문제도 생겨서 자숙하는 형식으로 회사를 쉬게 되었다. 집에 있는 동안 남편에게 어마어마하게 구박을 당했다. 당시는 아파트 매매 문제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남편이 나에게 한참 화풀이를 하던 시기였다. 애도 못 낳고 돈도 못 벌어온다며 극심하게 타박당했었다. 이 시기에 이혼하겠다고 가정법원에 협의이혼 접수도 했었다. 그러다가 극적으로 화해하고 11월에 1차 시험관시술로 임신을 했었다. 그러나 7주가 되었는데도 아기집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아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유산했다.

 병원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임신 극초기 유산은 내 탓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아이의 유전자가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내 마음의 상처는 나아지지 않았다. 추운 겨울임에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따끈따끈한 온기가 사라졌다. 상실감이 어마어마했다. 유산하고 몸은 아프고 마음은 만신창이인 상태에서 집에 혼자 있었더니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그때 생각난 것이 병원 벽에 붙어있던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의 포스터였다.

 다시 돌이켜봐도 그때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무조건 빠른 날짜로 예약을 잡아달라, 유산하고 좋지 않은 상태라고 간청했다. 상담센터에서 그 주 금요일에 바로 상담을 잡아주셨다. 상담사님과의 10회, 각 1시간씩의 상담이 나를 살렸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이지만 난임 이상으로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진단해 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다.

 당시 남편이 말을 하는 방식에 상처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무조건 화를 낼 것이 아니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잘 전달해야 한다고 하셨다. 담백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기분이 나쁘다, 옳지 않다고 설명해야 한다고 하셨다.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더라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나에게 무조건 소리를 지를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당신이 어떠어떠한 일을 해서 화가 났다고 잘 설명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의심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나를 믿어줘야 한다고 하셨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방치되고 방임되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여태까지 나는 굉장히 사랑받고 자랐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과거이야기를 들은 상담사님은 눈물을 훔치셨다. 굉장히 의외였다.

 나의 솔직한 기분과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일이 잘 없었는데 살기 위해서, 그리고 비밀보장을 해준다고 하기 때문에 정말 솔직하게 다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로 위안받고 시원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아직도 임신은 하지 못했지만 상담을 통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는 회사에서 더 이상 화내지 않고 신랑의 말을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상담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주변에도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난임부부뿐만 아니라 임신부 및 배우자, 출산 후 12주 이내의 산모 및 배우자, 출산 후 3년 이내의 양육모 및 배우자, 출산 후 7년 이내의 미혼모를 상담대상으로 하고 있다. 상담은 무료로 진행된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꼭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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