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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아 Apr 11. 2024

용진씨는 좋겠다

그 문양이 주는 매력

97년도에 입사를 하고 소형기종을 거쳐 대형기를 타고 천사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를 갔을 때 선배가 그랬다. 진짜 맛있는 커피가 있다고.

얼마 전에 어느 프로에 모델들이 나와 얘기하는데 "선배가 옛날에 해외에 다닐 때는 휴대폰이 없어서 지도하고 나침반을 들고 다녔죠?"하고 놀렸다. 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가 딱 그랬다. 나침반은 좀 과한 설정이지만 선배의 정보력과 지도가 다였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데이터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어디서든 검색을 해서 가면 되니까.


20대의 나는 커피 맛을 잘 몰랐다. 선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 곳은 매장이 세련되고 로고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선배가 모카커피가 맛있다고 해서 휘핑크림을 잔뜩 얹어서 먹으니 달달하니 맛있기만 했다. 그게 스타벅스와의 첫 만남이다.

시애틀 파머스마켓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


1999년 이대 앞에 생긴 한국 스타벅스 1호점


커피를 먹는 동안 선배가 그랬다.

"이걸 한국으로 수입할 수만 있다면 대박인데!

그냥 돈을 엄청 벌 거야."

그런데 그로부터 정말 얼마 뒤에 한국에 매장이 열렸다. 물론 이 체인 사업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은 확실히 아니었다.

대기업이 한국에 들여온 스타벅스는 승승장구하며 마니아 층까지 생겨났다. 지금도 여기서 하는 이벤트 행사가 기사화되는 걸 종종 볼 수 있으니 골수팬이 상당한 건 확실하다.

무슨 이유인지 스벅을 멀리하던 나까지도 지금은 이용하고 있으니 이제는 이곳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소소한 감사를 전할 때면 스벅 쿠폰을 선택하고 나 또한 받는 걸 보면 보편적으로 여기를 좋아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작년에 무슨 일로 용산에 가는데 버스를 타고 서울시내 대로를 지나갔다. 대로에 있는 어떤 유명 커피체인점이 영업중지로 문을 닫은 게 보였다.

'이런 큰 대로에 있는 커피점도 문을 닫는구나...'

커피점이 이렇게 많으니 아무리 커피 인구가 많다한들 버텨내기가 쉽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거기를 지나니 바로 스타벅스가 보인다. 얼마 지나니 또 보인다.

'스타벅스는 참  많은데 안 되는 곳이 없구나...'

이건 스타벅스 매장을 볼 때마다 한결같이 드는 생각인데 그와 동시에 '수입하면 대박인데!'를 외쳤던 선배말이 자동완성 문장처럼 따라왔다. 아쉬움과 부러움. 내 것도 아니었는데 뭐가 그리 아쉽단 말인가.


한국의 유명 장소, 아름다운 곳에는 스타벅스가 꼭 있다. 그리고 웬만한 큰 거리에는 있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의 거리를 두고 있고 또 있다. 또 비행으로 세계에 있는 명소를 가보면 거기에도 어김없이 스타벅스가 있다. 그래서인지 스타벅스를 보게 되면 안심이 된다. 거기가 번화하고 사람이 많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스탄불 베벡에 있는 스타벅스(글의 메인 사진이 이 매장에서 바라본 보스포로스 해협이다)


파리 데르트르 광장에 있는 스타벅스


대만에 있는 스타벅스


 다낭 시내에 있는 스타벅스


 다낭 바나힐 놀이공원에 있는 스타벅스


런던 대영박물관 앞에 있는 스타벅스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스타벅스


이제는 스타벅스를 볼 때마다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는 건물의 건물주가 그렇게 부럽다. 아무리 낡고 초라한 건물이라도 스타벅스만 들어와 있으면 살아날 것만 같다. 스타벅스의 첫인상 때문인지 나에게는 이상한 판타지가 잡힌 것 같다.


초록색 속의 인어 아가씨! 로고의 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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