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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Oct 18. 2022

가장 평범한 어머니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

우리는 영화를 통해 역사를 접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참 찬란하다. 꼭 그 시대에 살지 않았어도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와 매체, 교과서를 통해 그때 그 시절을 그려낸다. 독자들은 1950년대에 실존했는가? 나는 21세기 사람이기에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관련 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내가 마치 그 시대 속의 삶을 살아본 것처럼 가슴이 미어진다.



영화 ‘국제시장’이 그 예 중 하나이다. 이는 1950년대 한국 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삶을 따라간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우리들의 아버지인 ‘덕수’는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이 눈물을 훔쳐가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는 지금도 위대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 시대 아버지도 우리를 위해 살고, 우리를 위해 피땀을 흘린다. 

그것이 이 영화에 핵심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시대 상황의 분위기와 이에 맞서는 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으며 이는 곧 천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가 되었다. 

팝콘을 들고 있었다면 그 팝콘은 눈물에 젖어 눅눅해졌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아버지는 정말 위대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 관객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영화관을 빠져나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영화의 모습에는 다소 아쉬운 퍼즐 조각들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의 초점은 덕수, ‘아버지’에게 맞춰져 있다. 덕수의 아버지는 어린 덕수에게만 

가장 역할을 부여하고, 아마 그때부터 덕수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 같다. 덕수의 어머니는 재봉틀을

돌리고 옷감을 만들며 푼돈을 벌지만, 여동생의 학비나 결혼 비용에 보탬이 되었다는 묘사는 없었다. 


물론, 덕수가 독일에서 만난 한국 여성 ‘영자’는 독일 간호학교에서 교육받아 전문적인 간호지식을 받은

능력 있는 간호사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덕수를 만나고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며 덕수의 아내가 되어 조용히 일을 관두고 덕수의 안사람으로 늙어간다. 옛날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그러하다. 아버지, 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희생하는 헌신적인 요소들은 아버지에게만 작용되는 것인가? 

아니다. 그 아버지와 함께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낳고 기른 어머니도 그러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정말 많은 것이 달라져있다. 

자녀 세네 명은 기본이라 생각되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4인 가족도 대가족이라 불릴 만큼 바뀌었다. 주거의 형태가 바뀌며, 그만큼 사회의 많은 부분도 바뀐 것이다. 여성들도 밖에 나와 일을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키워간다. 그럼에도 아직 이렇게 가부장적인 영화가 흥행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그런

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다양한 시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

훗날 ‘그 시대 어머니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조심스레 든다. 

그땐 팝콘이 눅눅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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