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10년 , 결혼 2년 간 전 남편과 쿵작이 잘 맞는 편은 아니었다.
내가 쿵 하면 상대방이 짝 하는 소울메이트까지 바라지도 않았다.
그는 나와는 확연히 다른 대화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단지 눈치가 좀 없고, 사회성이 없다고만 생각하고 덮어놨다. 그 건 열지 않았어야 했기에,
그가 주는 안락함, 편안함에 안주하고 결혼까지 강행했었던 것이다.
그는 사람을 위로할 줄 몰랐다. 가장 가까운 존재인 내가 혼자 병원에 다녀왔을 때
'괜찮데?'라는 사회적 언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선명히 새겨져 있는 걸 보여 줬을 때에도 , 그는 테스트기를 힐끗 보더니
보던 무한도전 유투브를 다시금 재생시켰다.
무슨 이유로 싸웠던 날, 나는 임신 후반이었고 그 몸을 이끌고 나는 추운 겨울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두 시간쯤 지났을 때 까지도 그는 아무 연락 없었고 , 나는 추위에 지쳐 집에 돌아갔다.
그 사람은 무표정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친정엄마가 전남편이 바닥생활 하는 걸 힘들어하는 거 같아, 쌈짓돈을 털어 소파를 사주셨을 때
'마음에 드나?'라는 엄마의 말에 '그럭저럭이요.'라는 대답을 한 전남편.
나는 눈 뜬 장님이었다.
이상함을 알고 있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헤어지지 않았고, 진중하게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즐거운 시간만 보내고 싶었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일, 돈을 모아 큰집으로 이사 가는 일에
몰두해 있었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그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다.
작은 게임기 안에 도트로 찍힌 고슴도치가 똥을 싸면 버튼을 눌러 똥을 치우고, 잠을 재우는 게임을 하는 것 마냥,
해야 돼서 육아를 했고, 밥을 먹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외도를 했을 때에도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안경 너머 바라보며 '미안해, 어떻게 해줄까?'라고 했고
유예된 기간에도 진심 어린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이혼했고, 그는 아이를 찾지 않는다.
혹여나 나중에라도 아이가 궁금해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한 적이 있다.
그는 찾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아빠는 하늘나라로 갔다 했고, 엄마가 아빠몫만큼 듬뿍 사랑을 주리라 했다.
그의 안 좋은 면이 아이에게 보이지 않도록 나는 최선을 다해 공감해 주고, 사랑을 해주리라.
전남편은 사실 아스퍼거 증후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