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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된다면 , 거기다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된다면
당신은 그 상황에 어떤 행동과 말들, 그리고 어떤 일상을 채워나갈 것인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몇 안 되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친구는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복수할 것이라고 했다. 직장에 찾아가 외도 사실을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상간녀에게 집에 찾아가 부모에게 다 말할 것이라고.
그게 안된다면 흥신소에 의뢰해서 유책배우자를 흠씬 두들겨 달라고 , 그리고 팔다리 하나는 못 쓰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예의상 웃어주며 생각했다. 니 머릿속은 꽃 밭이구나. 단 한 번이라도 법원에 가본 사람은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한다. 그에 따라오는 폭풍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유책배우자 회사에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너 바람 폈잖아!" 소문을 낸다면 그 순간은 엄청 후련할 것이다. 그게 며 칠 이나 갈까?
우리나라엔 사실적 명예훼손이라는 법이 있고, 내가 공공연히 말한 사실이 진실이라 해도 데 3자가 알 수 있도록 알린다면 명예훼손 죄로 날 고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형, 민사적 소송 각각 한 번씩. 나는 죄를 짓지 않았는데, 죄인처럼 경찰서에 끌려가야 되고, 상당한 위자료를 물어내야 된다. 그리고 형사적으로 고소가 성립이 된다면 흔히 말하는 범죄 이력이 생기는 것이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내 인생, 그리고 내 가족, 내 아이의 삶에 폭풍을 불어넣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고 나서 후회한다. 나 또한 그것을 알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혼 후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챙기고 밥을 챙겨 먹고, 일을 하고, 피곤하면 낮잠을 자고, 또 아이를 하원시키고, 저녁을 먹고, 밤이 되면 잠을 잤다.
이혼을 하고 나면 친구를 만나 소주 한 박스는 먹고 담배를 피우고 울고불고할 줄 알았다.
나는 놀랍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고. 그저 일상을 살아갔다. 그러다 마음이 복잡하면 청소를 했다. 전자레인지에 클리너를 뿌려 걸레로 문질러 기름때를 닦아냈다.
이미 설거지해 놓은 그릇을 다 꺼내 뜨거운 물을 끓여 소독하고 살균했다.
고양이 화장실 모래를 다 버리고 화장실에 들고 가 다 닦은 다음 새 모래를 부었다.
아이 옷을 다 쏟아부어 종류 별로, 색상 별로 단정히 개어 정리해 넣었다.
한 바탕 청소 (혹은 정리)를 하고 나면 반나절을 훅 지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하는 동안 나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피곤한 허리를 뉘러 침대에 올라가 한 숨 푹 자고 나면 지겹게도 긴 하루가 반 토막이 나있었다. 나는 그것이 만족스러웠고, 유일한 해소법이었다.
* 이 글은 특정 누군가를 지칭하거나, 비판할 의도가 담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