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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15. 2024

<27.​ '벽돌책'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책과 결혼했습니다!

<27. '벽돌책'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책 읽는 사람들에게는 공통 관심사입니다만, 자신의 독해 수준, 관심 분야 및 영역, 취향 등과 함께 책을 읽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책 선택은 달라집니다. 베스트셀러나 자기 계발서, 고전이나 '준고전', 문학이나 비문학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고, 단순한 정신적 유희를 위해 또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사유를 위함이냐 정보 습득 및 지식 체화를 위함이냐 혹은 둘 다를 위함이냐에 따라서도 책 선택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책과 더불어 학생들(초중고 및 대학)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책 읽기를 하다 보니 학교 교과와 관련된 책과 함께 철학과 사상 및 우주 관련 책도 즐겨 봅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교과서에서 참고하거나 언급되는 내용, 입시의 다양한 전형에서 활용되는 내용을 담은 책은 필히 읽어야 합니다. 저의 지적 호기심과 관련한 내용과 학생들 교과 과정의 분야들을 모두 모으면, 그야말로 안 읽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책 읽기를 하는 셈입니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 예술, 실용 등 '좋은' 책이 존재하는 분야라면 가릴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다독을 하는 중에 만나는 책 중에서 예전에는 관심 밖이었는데 지금은 유독 끌리는 책 '종류'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벽돌책'입니다. 너무 두껍고 분량이 많아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사랑과 신뢰'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에 돗자리를 깐 바닥에서 베개처럼 베고 자면 딱 좋을 만한 두께의 벽돌책은 분량만 많은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가득합니다. 얇은 책은 한나절 혹은 하루면 거뜬히 다 읽을 수 있지만 두꺼운 책은 2~3일은 기본이요, 때로는 일주일이나 보름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읽기 어려워서, 지루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도 부담스러운 벽돌책을 우선순위로 고르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다 읽고 난 후의 만족감과 뿌듯함이 놀랍도록 크다는 데에 있습니다. 큰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는 벽돌책을 읽고 난 후에는 300~400쪽의 책 읽기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우습게 보입니다. 마음속에서 정신적 '허세'가 죽순처럼 쑥쑥 자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세상에 못 읽을 책은 없다!'라는 자신감은 독서 편력을 이어가는 커다란 동력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완독한 벽돌책 중에서 괜히 읽었다고 후회하는 책은 기억에 없습니다. 너무 어렵거나 혹은 다른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사정이 생겨, 도중에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한 후 기어코 완독한 책은 있었습니다만, 벽돌책을 읽으면서 들인 에너지와 노고를 배반한 책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벽돌책만큼의 지적 양식을 채워 준 책이 있다면 아마도 대하소설 같은 시리즈물 정도 있을 것입니다. 벽돌책 완독을 가장 높은 산 정복과 비교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면 이런 기분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한 권의 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하나의 미지의 세계이기도 한데, 그런 미지의 영역을 탐험한 결과가 너무나 훌륭했다고 생각된다면 비슷한 성격을 가진 미지의 세계에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허세는 정신적 유희라는 말과 함께 책 읽기 과정에서 더할 나위 없는 동기부여로 작동하고, 벽돌책의 존재는 무한한 지적 욕구를 만족하게 하는 최고봉의 자리에 올려도 충분합니다. 책과 결혼한 제가 책에 대한 두려움을 말끔히 씻어낸 데에는 벽돌책의 존재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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