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승철 Nov 08. 2022

<내 인생의 책 10> - '그리스인 조르바'

-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 

<내 인생의 책 10> -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박석일 역, 동서문화사)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조르바는 진정한 자유인이었을까?'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조르바를 생각하며 잠깐 동안이나마 눈에 이슬이 맺혔다가 서서히 말라갔다.


머릿속에 뜨거운 피가 소용돌이치며 관자놀이 주변에 열이 나는 것 같았다. 한 진정한 자유인의 죽음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행동과 망상 사이의 갈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돈키호테처럼 열병에 들떠 온갖 시스템과 방어 체제를 만들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솔직하고도 적나라한 모습들이 묵직한 진동과 꽤 넓은 진폭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이것저것 혼합된 지식과 달성될 것 같지도 않은 이상에 목매어 본능이 마비된 현대인들에게는, 혁명이나 전쟁과 사랑으로 버무려진 모든 악에 부딪히고 닳아 떨어졌으면서도 오히려 더욱 순수해져만 가는 조르바의 모습이 처절하게 아름답고 오래도록 가슴에 묻어두고 싶을 정도일 것이 분명하다.

우리들이 만들고 그 안에 갇혀서는 꼼짝할 수도 없이 입만 살아서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회칠한 무덤 앞에서 고결하고 거룩한 척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진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조르바의 속 시원한 인생관의 절규와 거침없고 한없이 솔직히 행동하는 힘을 느껴보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가장 후련한 배설이리라.

글 쓰는 이유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무능력 때문임을 고백하고 있는 저자는, 유럽과 지중해의 나라들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일본, 중국까지 여행하며 창작을 하였고, 철학과 종교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잡고자 했으며, 니체의 사상이나 불교를 심취하기도 하면서 결국은 그리스도 안에서 철학적 고뇌의 여정을 마감했다.

저자의 소망이기도 하며 그의 비문이기도 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난 자유롭다'라는 문장 속에 그의 모든 인생의 결말이 담겨 있다.

현대 그리스 소설의 개척자를 만나며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들과의 조우를 기대했고, 기대한 이상의 화인이 마음 표면에 선명하게 남겨져 영원토록 자유를 갈망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만 같고, 저자가 던진 뚜렷한 질문에 어느 정도 확신하는 답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를 기쁘게 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책 9> - '광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