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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21. 2022

<서평> -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

- 올바른 영어 공부법 제안 -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 - 김성우(생각의힘)


저자의 전작인 '단단한 영어 공부'에서 받은 인상을 이어가려고 잡은, 2022년 9월에 나온 책이다. 영어의 마음을 읽으려면 무엇보다 학습자가 학습 과정에서 '생각하고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늘 뒷전이었지만 삶을 위한 영어 공부가 되어야 한다. 유용한 표현과 문법이나 단어 암기가 전부인 공부 말고, 새로운 사고와 문화로 가는 길이 되어야 하는 외국어 공부다. 영어를 의사소통 수단뿐만 아니라 생각이 거하는 처소임을 기억하자. 사전 내부보다는 삶과 역사 및 문화와 사회 속에서 의미를 찾는 영어 공부가 되어야 한다. 


언어와 사고는 뫼비우스 띠와 같이 엮여 있다. 언어의 개념화는 수면 밑에 잠긴 빙하와 같고 문장은 수면 위로 드러난 빙하의 일각일 뿐이다. 개념화가 중요한 언어는 본질적으로 '은유'다. 삶을 살피고 사회를 바꾸는 프레임으로서의 공부 핵심은 새로운 은유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언어는 텍스트와 맥락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낸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영어교사 모임이 발간하는 '함께하는 영어교육'에 '인지언어학 이야기'를 연재한 내용을 다듬고 수정한 내용의 이 책에서는, 인지과학과 뇌과학을 비롯해 언어학, 심리학 등 학제간 소통을 바탕으로 영어교육 혹은 영어 공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유도한다. 인지언어학은, 북미와 한국에서의 대세인 노엄 촘스키 언어학과 호주에서 유행하는 쳬계-기능 언어학과 더불어 세계 언어학의 세 가지 흐름 중 하나다. 


내신, 수능, 자격시험, 공무원 시험 등으로서의 영어 교육에서 마음을 전달하고 세계와의 소통을 위한 영어 교육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저자의 인문학적 사고가 돋보이는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1장은 인지언어학에 관한 내용이다. 이 장의 핵심은 언어학을 '언어' 안에 가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인지언어학을 알려면 언어학에 대한 전반적인 발달 과정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인지언어학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타난다. 


20세기 초반에 행동주의 심리학의 유행에 의해 언어 습득은 자극, 반응, 강화라 표현되고, 악기를 배우거나 운동 습관을 들이는 일과 비슷해진다. 인간의 마음은 '빈 서판'이어서 출생 이후의 상호작용이 전부라는 생각이다. 1930~1940년대에는 구조주의 언어학이 꽃을 피우고, 1950년 후반 들어 언어의 중심은 의미가 아닌 형식이라고 주장하는, 노엄 촘스키에 반발하는 새로운 언어학이 탄생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해야 하고 누구나 언어 습득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주장이며, 언어는 다른 인지 기능과 분리된 독립적 모듈(언어 기능의 단원성)이라는 것이다.  


촘스키 언어관에 반대한 또 다른 부류인 인지언어학자들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복합적 및 다면적 정신기능의 특징이 언어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언어는 수많은 영역과 상호작용하는 복합적인 기능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은 '의미' 문제를 언어학 중심으로 둔다. 서로 다른 의미 체계를 이해하고 문화적 지평을 확대하는 인지언어학은 1970년대에 시작되어 자연어의 범주화, 언어 조직의 기능적 원리들, 통사론과 의미론의 개념적 인터페이스(서로 소통하는 통로)를 연구하고, 신경과학과 접점 지속을 모색한다. 마음에 관한 학문인 인지과학이 mind와 cognition(인지)을 포괄하는 용어로 선택한'마음'은 인지, 기억, 학습, 언어, 지각, 정서 등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2장은 생각의 근간인 은유에 대한 내용이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비유적이란다. 은유는 개념화와 깊은 관련이 있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면서 특정 사건을 인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생각 조직 패턴에 은유는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삶 자체가 은유적이다. 사고 패턴을 이용한 어휘 교습은 개별적인 여휘 교습보다 효율적이다. 어휘를 공부할 때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물론 은유적 의미를 같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은유적 사고는 물리적 세계를 거쳐 심리적 세계를 지나 고도로 추상화된 개념 세계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내 마음은 사막'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앞의 '내 마음'은 목표영역, 뒤의 '사막'은 근원영역이라 한다. 두 영역 간의 사상(두 영역이 연결되는 것, mapping)이 은유의 작동 방식이다. 새로운 질서와 감각 및 사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힘은 은유에서 나온다. 이후 본문에서는 경제, 마케팅, 분노와 행복, 도덕, 정치, 공간, 권력, 시간, 이론, 의학 등 여러 가지 은유 표현 예시가 나온다. 


과학 영역에서도 완벽하게 중립적인 언어에 기반한 이론 전개는 불가능하다. 세계의 인식과 표현에 있어서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가 바로 환유다. 환유는 사고구조와 인지과정의 개념적 현상으로 관련된 다른 실체와 더불어 다른 실체에 접근 지점을 제공한다. 은유가 두 영역 간의 사상이나 유사성에 기반을 둔다면, 환유는 인접성을 기반을 둔다. 환유는 확대지칭, 축소지칭, 상호전이 양상을 보여주며 언어의 지름길 역할을 한다. 은유와 환유는 세계를 개념화하는 방식이다. 


3장은 문법에 관한 내용이다. '어떤 문법,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논한다. 오로지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문법 공부와는 다른 내용이다. 시간은 시제 이름과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시간과 시제는 다른 영역에 속한 개념인 까닭이다. 시간의 흐름을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이 바로 시제다. '완료'나 '진행'은 시제 아닌 '사상'(aspect)이다. 이 사상은 사건과 상태의 내적 구조(모양)이며 발화자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명사는 개체 혹은 개념을, 동사는 관계 혹은 상호작용을 나타내며, 동사는 또한 시제를 가지고 있다. 추상화, 개념화, 체계화 따위의 범주화는 폭력적일 수 있다. 흐르는 강물을 직육면체로 잘라내는 것 같은 것이 명사화다. 조동사는 일반 조동사와 서법 조동사(하나의 세계를 다른 형식으로 표상한다)로 나뉜다. 가정법은 정교한 세계를 상상하고 무의식적인 혼합을 표현한다.   


개념의 시각화와 블렌딩은 창조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두 가지의 개념을 시각화하여 혼합한 후 제3 개념을 이미지로 표현한다.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는 내용어, 전치사, 대명사, 관사, 감탄사, 과거형, 3인칭 '-s'는 기능어로 불린다. 전치사는 개체 혹은 개념 간의 관계를 표현한다. 영상도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 중에 하나인 전치사는 은유적 사고를 통해 추상적 영역으로 확장하게 한다. 또한, 공간관계(기본의미)에서 다양한 추상적 의미로 확장(확장의미)하게 하는 전치사다.


4장은 관사를 설명한다. 언제나 명사와 함께 쓰이는 관사의 종류는 세 가지로, 정관사, 부정관사, 무관사가 있다. 무관사는 절대적 추상화 혹은 일반화로 쓰인다. 맥락과 개념화에 따라 관사의 쓰임은 결정되며 관사의 활용은 인식론적 지위를 트래킹 하는 시스템이다.  5장에는 단어와 문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온다. 문법과 어휘는 둘 다 형태와 의미를 가지며, 둘은 한 몸이다. 문장 형식은 '암기할 요소' 아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처음 영어를 배울 때부터 무작위 여러 동사보다는 빈도수 높고 대표성 있는 동사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게 효과적이다. 범주화, 묶기, 상세 기억, 유비(anology, 기존의 구족적 패턴을 새로운 예시에 적용하는 행위), 상간 연합, 이 다섯 가지는 조안 바이비가 제안한 인지 메커니즘이다. 언어는 텍스트와 맥락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낸다.  


단어 역시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주변 텍스트, 생황 맥락, 문화적 맥락 따위를 따져본다. 언어와 맥락의 역동적 관계를 학습하는 것이 영어 공부에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마지막 6장은 영어와 생각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분석하는 내용이다. 언어는 세계를 도려내어 개념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개념화와 인지작용으로서의 '인지문법'은 품사별 전통 문법보다 훨씬 '인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맥락, 상황, 의도는 언어 생황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말과 생각은 유기적이며 변증적인 관계를 맺는다. '개념적 혼성' 능력이 있는 인간은 새로운 의미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 맥락 속의 몸, 몸과 상호작용하는 두뇌, 이 두 가지는 언어 사용과 깊은 연관이 있는 문구다. 뇌와 신체가 기억하는 바를 자원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실행해 특정 언어를 이해하기에, 언어는 몸의 시뮬레이션을 인도하는 청사진이고, 지식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깊이, 다르게, 뒤집어 생각하기를 저자는 영어 공부할 때 꼭 실천하라고 권한다. 생각하고 느끼는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면서, 새로운 생각과 감정의 생태계에 대한 희망, 자신과 시대를 엮어내기, 어떤 세계와 만날 것인가 따위를 고민하고, 비판적 성찰과 즐거운 창조 재료로서의 영어가 되도록 만들어보자. 언어는 세계를 해석하고 문명을 창조하며 생각과 감정을 빚어내고 정체성을 형성한다. 문화와 사상을 탐험하고 더 풍성한 삶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언어라면, 언어는 도구이자 삶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영어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언어는 저자의 주장하는 바대로 배워고 사용해야 할 것이라는 다짐을 하면서 책 읽기를 마친다.  


책을 다 읽은 후에 '가장 ~ 한 것 중 하나'라는 번역투 문구가 너무 빈번하게 쓰인다는 생각에 대한 질문을 저자의 이메일로 보냈다. 다음은 일부 내용이다.(줄 바꿈 없이 게재한다) "한국어에서 '가장'이 꾸미는 대상은 보통 하나로 개념화되지만 영어에서는 이를 'one of the 최상급 복수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영어를 직역한 표현을 '영어식 한국어'라고, 그렇기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어와는 다른 개념 체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것인가의 이슈가 생기겠지요. 짐작하실 수 있듯이, 저는 후자의 의견입니다. 세계의 언어는 언제나 섞이고 상호 교섭하면서 변화, 발전해 왔고 그 과정이 의미 생성의 자원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그것을 굳이 문제 삼지 않으려 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도 분명히 계실 것이고, 그런 의견과 제 의견은 충돌하고 갈등한다기보다는 그저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성의 있는 답변에 감사한 마음이다. 추후 저자의 발간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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