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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22. 2022

<서평>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

- 반도체 소자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관하여 -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 - 최리노(양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의 반도체 이야기로, 2022년 7월에 처음 나온 책이다. 딸(세나)의 사립 예술학교 합격했기에 비싼 등록금 걱정에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좀 과장이 심했다. 대학교수가 그런 걱정이라면, 대학교수도 '투 잡'이 필요할 정도라니! 도체와 부도체 사이의 전기전도도를 갖는 물질로서 이 전기전도도를 인위적으로 정밀하게 조절 가능한 물질인 반도체는 1833년, 마이클 패러데이가 Ags 단결정에서 처음 관찰했다고 한다. 


반도체는 열, 빛, 전기 등을 이용하여 전기전도도를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이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는 '반도체'는 대부분 '반도체 소자'라고 한다. 전자가 꽉 채워진 구간(valence band)과 state(집)만 있는 구간(conduction band) 사이에는 갭(밴드 갭)이 존재하며,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밴드 갭을 넘어 Conduction band에 올라가면 전자 캐리어가 된다. 전자 캐리어의 수를 조절하여 전기전도도는 조절된다. 이때 전자와 홀(빈집)에 전기장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고, 밴드 갭이 너무 크면 부도체(절연체)가 되고, 너무 작으면 도체가 되며, 적당한 크기가 되면 반도체가 된다. 


반도체는 주로 최외각에 4개 전자를 갖고 공유결합하고 있는 주기율표 상의 4족 원소들로, Si와 Ge 등이며, 3족과 5족 원소들이 1:1 결합한 GaAs, GaN, InAs, InP 등을 말한다. 이런 진성 반도체는 전자 전하 캐리어와 홀 전하 캐리어의 수가 같다. n형 반도체는 다른 원자를 반도체 물질에 집어넣어(도핑, doping) 전자 캐리어 숫자를 조절하는 반도체로 전자 전하 캐리어 숫자가 더 많은 반면, p형 반도체는 홀 전하 캐리어 숫자가 더 많다. 


4족 탄소의 여러 상(polymorph)인 버키볼, 카본 나노 튜브, 그래핀 등도 반도체 물질로 연구 중이다. InGaZnO(IGZO)와 같은 oxide 계열 반도체도 개발되어 쓰이고 있다. 반도체 소자는 반도체 물질을 이용하여 만든 전자 소자(device)다. 메모리 소자, 로직 소자, 이미지 센서, 통신 소자 등의 집적회로 칩이 되는 반도체 소자는 90% 이상이 실리콘을 재료로 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 중 20% 이상이 이 반도체 소자다. 이전에는 진공관 소자가 50여 년 동안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고가의 오디오 앰프 같은 곳에서만 쓰인다. 


증폭 소자를 만들기 위해 탄생한 반도체 소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전구와 전기 송배전 시스템을 비롯하여 축음기와 발전기 등을 발명한 에디슨까지 다다른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전화를 개발하면서 반도체 소자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833년, 마이클 패러데이는 반도체를 처음 관찰했고, 1874년에 처음 발견된 다이오드에 의미 있는 용도로 반도체가 최초로 쓰인다. 다이오드는 1941년, 레이더 전파 감지기로도 사용되었다. 


반도체 소자 개발 역사는 오염과의 싸움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99.99999% 순도를 유지해야 한다. 현대적인 오염 정제 방법은 1951년에 개발되었다. 1947년, 존 바딘, 월터 브랫튼, 윌리엄 쇼클리에 의해 최초로 개발된 트랜지스터는 1952년부터 라디오에 사용된다. 진공관 소자에서 시작하여 트랜지스터를 거쳐 반도체 소자까지의 여정에 컴퓨터의 탄생이 빛을 발한다.  


최초의 컴퓨터인 ENIAC은 1945년, 진공관 소자를 사용했다. 같은 해, 폰노이만은 '폰노이만 아키텍처'를 제안하였고 이 제안은 오늘날까지 범용 컴퓨터의 구조를 이룬다. 1961년에는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메모리가 개발되었다. 윌리엄 쇼클리는 1956년, 스탠퍼드 대학이 있는 팔로알토와 이웃한 캘리포니아 북부의 마운틴뷰에 '쇼클리반도체랩'을 설립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시작이었다.


쇼클리의 편집증적 성격 등으로 최악의 경영이 이루어진 탓에 고든 무어 등의 인재들이 이탈하였고, 결국 로버트 노이스까지 총 8명이 새로운 회사인 페어차일드반도체사를 1957년 11월에 설립한다. 1960년대의 미국 아폴로 프로그램에는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한 평면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평면 공정기술이 개발되어 사용되었다. 1968년 여름, 노이스와 무어는 오늘의 '인텔'을 차린다.    


1954년, TI는 Si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1958년에는 집적회로를 개발하고, 페어차일드반도체사는 집적 소자를 1960년에 개발한다. 1971년, 최초 상업용 집적회로 CPU인 Intel 4004가 손톱만 한 크기로 개발되면서 바야흐로 PC 시대를 연다. 지금까지 소자 미세화는 60여 년간 진행 중이다. 


트랜지스터 소자 구조인 MOSFET는 1959년, 벨랩에 근무하던 한국인 강대원(1931~1992)에 의해 개발된다. '무어의 법칙'은 1965년에는 집적회로 칩 한 개당 트랜지스터 숫자가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것이었는데, 1975년에 수정되어 '2년마다 두 배'로 바뀌었다. 1963년, 페어차일드반도체사가 개발한 CMOS 기술은 현재도 사용되며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기술의 대명사가 되었다.  


1964년에는 MOS 구조의 메모리(SRAM)가 페어차일드반도체사에서 개발되고, 면적을 줄이기 위해 DRAM으로 이어진다. 1980년에는 일본의 도시바가 플래시 메모리를 출시함으로써, 메모리 시장에서는 DRAM과 플래시 메모리가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되었다. 반도체 집적 공정은 웨이퍼 전체를 한 번에 처리하면서 엄청난 수의 단위 소자를 동시에 만들어 올리는 작업을 말한다. 균일도와 반복도 및 수율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반도체 집적 공정에서의 '증착'은 덮는 공정이고, '리소그라피'는 필요 부분과 필요 없는 부분을 인쇄하는, '식각'은 깎아내는 공정을 말한다. 클린룸과 방진복이 반드시 필요하며, 클린룸 공간은 '팹(fab)'이라 부른다. 다시 팹 공정은 전 공정, 패키징은 후 공정이다. 반도체 소자의 미세화를 통한 성능 향상은 새로운 제품군이 탄생하도록 부추기는 탓에 반도체 집적 공정은 계속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분자 크비의 10~100배 시점까지 온 현재, 미세화 작업은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메모리와 플래시 메모리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종합 반도체, 팹리스(칩 설계), 파운드리(칩 설계 받아 제조), 패키징, 테스트. 반도체 장비, 반도체 소재 등의 회사로 반도체 산업은 이루어진다.  


작은 칩들을 모아 하나의 패키지 내에서 만드는 것을 칩렛 기술이라 부르며, 이종집적 기술은 다른 종류의 칩들을 붙이는 방법의 총칭이다. 이종집적 기술은 반도체 산업에서 새로운 전쟁터다. 반도체 소자의 미세화가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면 그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폰노이만 아키텍처'를 넘어 양자 컴퓨터의 시대는 언제 오겠는가? 


'반도체 강국'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동안 반도체에 대한 무수히 많은 관련 뉴스를 듣고도 반도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으로 반도체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된다. 하지만, 그동안 몰랐던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개괄적으로나마 조금 알게 된 걸로 만족하고자 한다. 사이언스는 인간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엔지니어링은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킨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딸의 비싼 등록금 걱정에 쓰기 시작한 책이라서 그런지 책 편집과 교열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을 쓰지 않은 게 좀 거슬린다. 이왕이면 좀 성의 있게 만들었으면 참 좋았을 뻔했다. 어쨌든, 반도체와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앞으로도 관련 도서를 꾸준히 살펴보아야겠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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