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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Dec 22. 2022

책으로 껌 좀 씹어보니 그게 그렇더군요 ㊷

- 천재 - 

<책으로 껌 좀 씹어보니 그게 그렇더군요 -  천재>

하는 일의 대부분이 책을 읽는 일이 되면서부터 저는 친구를 비롯해 친한 지인들에게 '천재'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자주 부르는 별명들이 있었는데, '바보'(바다의 보물)처럼 천재도 그런 의미였죠. '천하에 재수 없는 놈'이라는 뜻 말입니다. 그들이 저를 천재로 부르는 이유는 대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이유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책만 읽는 '바보'이기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핀잔을 줍니다. 책만 읽는 생활은 일도 독서이고 여가도 독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당구를 치거나 등산을 가거나 하기도 합니다만, 그런 활동은 책 읽는 시간을 희생하는 시간이기에 아까울 수밖에 없어 자주 갖지는 못 합니다.

둘째는 SKY 출신도 아닌 게 아는 척은 많이 한다는 이유입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학문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얕은 교양이나 상식 선에서 이것저것 아는 게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랑할 만한 스펙도 아니면서 무슨 아는 척은 그렇게 하냐는 꾸지람이 섞인 핀잔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학벌은 하나의 '주홍 글자'임이 분명합니다.

셋째 이유는 모든 걸 비판적으로 보고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 때문입니다. 좋은 책에서는 늘 그 어떤 완벽한 이론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라는 충고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모습이 친구들의 눈에는 세상을 너무 염세적으로 바라본다거나 피곤하게 산다고 보이는 모양입니다. 나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위하기 보다는 청소년들을 가르치려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나이를 먹고도, 아니 평생을 책만 보고 산다는 의지에 대한 나무람입니다. 눈이나 허리 역시 노화를 피할 수 없기에 책을 죽을 때까지 보려는 마음은 욕심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눈과 허리 건강이 제일 신경 쓰이기는 합니다. 어쨌든, 저의 소망은 눈을 감기 전까지는 눈에서 책을 떼지 않는 겁니다. 정신적 아카이브에 책을 가득 쌓기를 원하는 삶입니다. 

천재라고 놀리는 친구들의 관심이 때로는 반갑기도 합니다. 자신들도 책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기에 놀림이 거칠수록 부러움도 묻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정신적 성숙이 새순이 나듯 혹은 꽃이 피듯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책에 집중하면서 자기반성이나 자아성찰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기다릴 뿐입니다. 

제가 책으로 껌 좀 씹어보니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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