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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비지 Oct 16. 2024

#6 림프암 투병기

항암 1차 (2) - (feat. 착한 암은 있다)

지난주 금요일 날엔 리툭시맙이라고 표적치료제만

투여했다. 표적치료제는 정상 세포 말고 암세포만 공격해 주는 착한 치료제이다.

하지만 좋은 건 나쁜 것도 있는 법. 약의 부작용이 꽤 심하고 많이들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행히 항암 1차 (1) - (표적치료제) 편에서 썼듯이 난 무사히 지나갔다.


나는 오늘 10. 15. 화요일에 항암제를 연달아 투여했다.

항암제 친구들의 이름은 독소루비신, 빈크리스틴이다.

이름은 참 고급져 보인다.. 부작용은 무시무시하지만..

이름의 어원 같은 걸 알아보고는 싶지 않다.

그저 내게 암을 없애주고 앙탈 정도의 부작용만 나타나게 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독소루비신은 약 30분 간 가슴 쪽에 있는 정맥으로 주사 놓는데 케모포트와 연결하여 놓을 것이다.

케모포트란?

항암제는 독하기 때문에 팔뚝에 있는 얇은 혈관에 약을 주입하다 혈관이 터져버리기라도 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큰 두께를 가진 가슴 쪽 정맥에 놓을 수 있게 바늘과 연결시켜 주는 장치라고 보면 된다


오후 5시쯤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끌려가 쇄골 밑에 케모포트를 심고 올라왔다.

아주 따아아아아아끔한 국소마취 후 (별로 아프다..)

살을 가르는 느낌이 나더니 막 쑤셔 넣는다 그러고 살짝 타는 냄새가 나면서 몇 번 조이더니 끝이 났다고 했다. 시술이 이 정도인데 수술은 생각보다 과격하다는 게 진짜 맞나 보다.

발목 연골 이식 수술을 해보긴 했는데 전신 마취라 이리 우당탕인지는 몰랐었다.

아무튼 케모포트가 잘 심어졌는지 엑스레이를 찍고 병실로 올라왔다.


올라오고 얼마 안 있다 간호사 분들이 차광을 위해 노란 봉투를 씌운 항암제를 갖고 오셨다.

케모포트의 장점이 여기서 나타났다 팔뚝에 주사를 찌르지 않고도 제때제때 바로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

독소루비신은 약 30분 간 주입 예정이다.

생각보다 부작용이 없어서 속도를 높여 순식간에 맞았다. 뒤이어 빈크리스틴도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내 1차 약물 항암 총 4가지의 약제 중 3개가 투여 완료 됐다. 나머지 하나는 내가 조직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림프종 종류가 정확히 어떤 건지 몰라 빼고선 일단 가장 유력하게 나온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약물을 쓰는 것이다.

아마 이번주 내로 2차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면 1차 항암제가 모두 투여될 것이다.


아무렴 어떤가 오늘까지 맞은 거의 대부분의 항암제가 그간 잠결에도 큰 열이나 손•발 저림 없이 지나갔다.


생각해 보면 내겐 암은 나쁘지만은 않다.

소중한 걸 일깨워주고 일깨운 걸 몸으로 실천하게 해주고 있다.

늘 그렇다. 모든 일은 일어난다.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온전히 내 몫이다.

암을 무조건적으로 증오만 한다면 필시 내가 치료에 진전이 없을 때 많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하지만 이 암도 내게 가르침을 주고 교훈을 준 아이라 생각하면 그걸 토대로 암과 잘 공존하여 치료에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기에 내겐 암은 나쁘지만은 않고 착하기도 하다.

그건 오로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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