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제주도 4편
2020년 11월 12일 목요일
여행의 마지막 날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들 늦은 시간까지 노느라 피곤한 몸을 일으키며 곡소리를 냈다
오늘은 앞서 말했듯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쉽게도 오전 10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것이었기에 오늘은 관광이 없는 날이다
3박 4일 동안 쉼 없이 얘기하고 쉼 없이 놀았던 시간들이 진짜 순식간에 흘러갔다
보통 여행에서의 추억을 되새길 때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향기를 맡거나 노래를 들으면 기억이 잘 떠오른다 그래서 유럽여행 때 자주 뿌리던 향수나 준비할 때마다 자주 듣던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차갑지만 설렜던 온도와 공기, 즐거웠던 추억이 여전히 떠오르곤 한다
이번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은 그전과는 달리 좀 특이했다 노래는 하도 많이 들어서 어떤 노래를 들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고 같이 했던 말들 중에 3박 4일 동안 문장 마지막에 '~~ 했쥬'를 붙여 충청도 사투리처럼 말하는 것이 여행 중 우리 사이에서 유행이었다 그래서그 말투들을 떠올리면 여행에서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곤 했다
아침으로 간단하게 어제 장을 보면서 산 라면을 끓여 먹고 서둘러 치우고 짐을 쌌다 다들 피곤하고 힘들어서 속도가 나지 않아 늑장을 부리게 되었다
랜트카 반납을 하러 가는데 가기 전에 주유를 해야 되는 것을 까먹었다가 거의 근처에 다다랐을 때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근처 주유소를 찾아보고 몇 군데를 들어갔는데 우리 차랑 맞지 않아 반납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돌고 돌아야 했다
그렇게 극적으로 찾은 마지막 주유소. 그곳에서 주유를 마치고 시간을 딱 맞춰서 랜트카를 반납할 수 있었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까지도 우리스러웠던 여행.
잊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기념품을 주기 위해 면세점을 둘러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각자 서둘러 하나라도 더 본다고 급하게 뛰어들어가 보았다
이제 진짜 진짜로 제주도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어릴 적 수학여행을 갔다가 집에 올 때처럼 제주도 갈 때는 신나서 막 떠들고 그랬는데 집 갈 때는 다들 피곤해서 모두가 1시간 동안 쉼 없이 잠만 잤다
"우리 비행기는 이제 곧 김포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고 하나 둘 눈을 뜨며 기지개를 켰다 너무 후루룩 지나갔지만 그만큼 모든 시간이 즐거웠던 제주여행이 끝났다 집에 가기 전에 다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해서 공항 내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거의 다들 반쯤 눈뜬 상태로 밥만 먹었고 같이 앉아 버스시간을 기다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나 둘 각자 집으로 향했다
제주도를 다녀온 뒤에도 단체로 전화를 할 때 한동안 서술어에 ‘~~쥬’를 붙이며 말하는 것이 우리 사이에서는 계속 유행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다녀왔던 제주도 여행.
새로운 모습의 제주를 곳곳마다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었다 아쉽게도 여행을 다녀온 뒤 곧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어 다시 모두가 발이 묶여 오롯이 일, 집의 일상이 되었지만 이럴 때 생각나는 건 ‘제주도를 다녀와서 다행이다’였다
-2020 제주도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