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아침에 약국 계약을 하게 되었다. 어제 점심때까지만 해도 운전면허학원에서 기능 시험 준비 중이었는데, 아는 분의 연락을 받고 오늘 아침 매물이 있는 A시로 가보았다.
어제 전해 들은 조건으로는 서울에서 구하기 힘든 급매물이라 하루 이틀 내에 계약이 완료될 것 같아 빨리 이동하였는데, 역시 막상 가서 보니 텍스트로 받은 조건과는 차이가 있었다. 조제료는 데이터 그대로이나 일반약 매출이 기존에 말한 것의 절반 이하였고 주 처방이 나오는 병원의 원장님 나이도 들은 것보다 많았다.
따라서 종합적인 리스크 3가지는
1) 원장님 나이 (은퇴가 가까울 경우 권리금 회수가 안될 가능성)
2) 지역 이동
3) 전해 들은 조건과 차이나는 매출
이었다. 특히 1번이 가장 큰 리스크였는데, 가장 큰돈이 투자되는 권리금이 걸린 일이니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고민을 했다. 지역 이동은 사실 서울과 버스로 1시간 반 거리인지라, 주중에 원룸에서 지내다 주말엔 서울 집으로 오고 가며 생활하면 경기도나 다름없다 여겨져서 크게 개의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섭고 고립될까 걱정되기는 함)고 , 일반약 매출의 차이는 내가 열심히 해서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입지에다 원래 직원 고용을 했을 경우를 감안하기도 했어서 사실 미리 계산했던 순이익에서 큰 범주로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계약을 결정하기로 생각한 것은
1) 원장님이 60대 중반이시지만 그래도 병원 규모나 연혁 등을 생각했을 때 10년은 더 하실 것 같았다. 그렇게 됐을 때, 만약 중간에 약국을 내가 넘겨야 할 경우 권리금이 오롯이 회수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냥 끝까지 함께 약국을 운영한다면 그래도 괜찮은 순이익이라는 판단.
2) 중간에 약국을 넘기는 일이 있더라도 권리금을 모두 잃지는 않을 것이라는 선배 약사님의 말. (그런데 이건 잘 모르겠다 ㅠㅠ 해봐야 알듯.. 조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위의 병원이라서..그리고 구도심 오래된 건물이라 새 병원이 들어올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이 부분은 자신이 없다.)
3) 1인 약국으로 운영하며 현조건 월세에, 순익을 계산하면 이 스펙의 약국은 서울권에서는 훨씬 비쌀 것이고 앞으로 언제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
영혼을 끌어모아 합리화를 해보자면, 병원이 도망가거나 갑자기 경쟁 약국이 생기는 등의 변수가 생기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마당에 이 정도의 권리금 리스크는 그냥 안고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야지.. 그냥 돈 모아서 나중에 더 안전한 약국을 인수받자..
하여 진행하였다. 동행해 주신 동기언니의 남편 선배 약사님이 고수이시라서 계약서 작성에 큰 도움을 주셨다. 아가페적 도움을 주신 형부 너무 감사합니다..
계약을 일단 진행하고 좀 얼떨떨했는데, 그래도 과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해방감과 의욕이 맞물려 서울 오는 길에 잠시 기분이 좋았다가 집에 와서 다시 조건과 리스크를 비교해 보니 우울하고 겁나기도 했다가.. 오락가락한다. 그냥 다 잘 될 거라고 해줘..ㅠㅠ 다만 A시에 고립되지 않게 수요일, 주말마다 서울 뻔질나게 오가야지.. 잘한 걸까.. 불안하고도 생각이 많아진다. 개무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