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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성장 Oct 28. 2023

도망가고 싶을 때

  내가 바꿀 수 있는 마지막 하나


When you have a lemon,
Make a lemonade

신레몬을 받거든, 레모네이드라도 만들어라.


 처음 이 문장을 접한 건 군복무를 할 때였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전역의 날까지 자유가 없는 군생활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했다. 나보다 좀 먼저 군생활을 시작했다고 나를 쥐 잡듯이 잡는 어린 선임병들도 같지 않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시간낭비로만 느껴졌다. 일부러 관심병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들어온 지 100일도 되지 않아서 소원수리를 3장 작성해서 제출했다. 표정은 심각한 우울증 환자처럼 어두웠다. 그러던 중 병영문고에서 데일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을 읽다가 저 문구를 발견했다.


 신레몬을 받거든 레모네이드라도 만들어라. 인생은 항상 내가 원하는 것만을 주지 않는다. 때로는 괴롭고 도망치고 싶은 상황이라는 레몬을 주기도 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 인생이 쥐어준 레몬에 대해 불평하면서 그 레몬을 밟아버리거나, 그 레몬으로 레모네이드라도 만들어 볼 궁리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을 레모네이드로 만들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 보았다. 생각해 보니 꽤 많았다. 나는 전역할 때 여기서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챙기기로 했다 그것은 내 정신과 육체였다. 군생활이라는 레몬을 나는 독서 습관과 근육질의 몸매라는 레모네이드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로, 항상 밝은 모습으로 경례를 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내 과업을 했다. 과업을 정시에 마치고 시간을 만들어 운동을 했다. 그리고 연등 시간과 짬 시간을 활용해서 심리, 경제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다. 전역을 할 때쯤 내 인생 최고의 몸을 만들 수 있었고, 그 당시에 읽었던 책들은 지금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관심 병사였던 내가 국방일보에 글을 기고해 상과 포상 휴가를 받기도 했다.


 내가 모셨던 상사분은 업무 수준에 대한 기준이 아주 높았다. 왜냐하면 그분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 모이는 전문가 집단에서 일해오셨던 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계셨던 집단은 주니어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훈련과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그분의 눈에는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해 온 부하의 결과물에 뭔가 항상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회의를 할 때면 그분도 답답하고 부하도 답답해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누군가에게 레몬이 될 수 있는 이 상황으로 나는 레모네이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draft 버전의 결과물을 만들어 정해진 일정보다 앞서 그분의 피드백을 요청했다. 그러면 높은 확률로 그분의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어 나에게 피드백을 주셨다. 그러면 그 부분을 반영하여 다시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식의 업무 절차를 여러 번 밟았다.

 

 그렇게 그분의 높은 기준을 만족시켜 가는 과정에서 나는 그분이 과거받았던 체계적인 전문가 교육을 나도 간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돈 받고 일하면서 전문가로부터 훈련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Two men looked out from prison bars,
One saw the mud, the other saw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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