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재밌다] 데미안 3편
<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저는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학생 때에는 발표가 제일 두려웠지요. 어쩌다 아이들 앞에서 한마디 말하고 나면 얼굴은 새빨개졌고, 손이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공적인 말뿐 아니라 사적인 말도 어려웠어요. 자연히 말 수가 줄었고, 수다를 떨면 과호흡이 오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요, 20년 뒤 어느 날 공개적으로 수다를 인터넷에 올릴 줄, 팟캐스트를 하고 있을 줄이야.
팟캐스트 인연은, 우연히 알게 된 온라인 책 읽기 프로그램에서 시작됐습니다. 코로나 시국, 말할 필요 없이 카톡으로 몇 마디 끄적이면 됐었지요. 톡으로 쓰던 단상이 짧은 글이 되고, 글을 브런치 플랫폼에 올리고 아무튼 피드백을 받기 시작하면서 여기까지 연결됐네요. <데미안>이 10번째 팟캐스트용 책이고, 에피소드로는 33번째입니다. 세상에.
이 인연이 어디까지 흘러갈까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일을 바라고 있었다는 겁니다. 책과 생각은 오래전부터 흥미로운 대상이었으니까요. 우연은 필연이고 인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잘하고 못하고 또는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간혹 고통스럽고 어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내 길이 됩니다. 좀 부족하더라도 충분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뿌듯합니다.
싱클레어 역시 충분하다 싶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거창하지 않아도 뿌듯하고 만족스러웠을 겁니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https://podbbang.page.link/t1meVKxbVVmYxg9v5
싱클레어의 길은, 우연히 들려온 오르간 소리로 연결됩니다. 그렇게 만난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는 스스로를 반대하지 않는 신, 아브락사스에 대해 알려주죠. 함께 오르간 또는 벽난로 앞에서 선악을 모두 포용하는 아브락사스에 대한 글을 읽기도 합니다. 싱클레어는 그렇게 자신의 의식 깊은 곳을 바라보는 법을 익혀요.
그리고 마침내 그를 떠나, 더 깊고 넓은 곳으로 나아갑니다. 알을 깨고 날아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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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싱클레어가 우연히 받게 된 쪽지
잘하고 못하고,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일어날 일이 일어납니다.
오늘은 어떤 우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기도 하고 덤덤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