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내일이 있을까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가 총알을 피했습니다.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던 자리에서였지요. 그를 저격하려던 이가 있었고, 트럼프가 우연히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총알은 빗나갔다고 하네요. 이 사건으로 트럼프는 신의 보살핌을 받는 메시아로 떠올랐습니다. 사망자는 한 명. 그 자리에 있던 어떤 지지자가 죽었습니다. 이름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며칠 전 서울시청 앞 횡단보도에 차량이 덮쳤습니다.
평일 밤이었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습니다. 직장에서의 일상적인 지루함이나 가십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을까요.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을까요. 갑자기 돌진한 차량에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너무나 황망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간발의 차로 그 차를 지나쳤습니다. 운전자도 고의로 한 것은 아니라고 믿어요. 생존자에게도 위로를 건네야 할 것 같네요…
나의 죽음을 상상해 봅니다.
이렇게나 갑작스럽고 황망하려나요. 가능성이 없진 않죠. 죽음에 앞서 내가 곧 죽을 것이라 예상하기보단, 내일을 기대하다가 사라질 확률이 더 높겠지요? 조금 겁이 나기도 하네요. 사람들은 정치인 유세장에 갔다 죽고, 회식 후 밖에서 떠들다 죽고, 남자친구와 헤어지려다 죽고, 층간소음으로 싸우다 죽고, 불이 나서도 죽잖아요. 사회뉴스를 보면. 지금 내가 살아있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이 기적 같은 일상도 끽해야 50년입니다.
제 나이 이제 40대 중반. 큰 사고와 큰 질병을 피해 가는 천운을 누린다 해도 앞으로 50년 뒤에 저는 숨 쉬고 있지 않을 겁니다. 대한민국 여성 평균 수명이 90.1세, 남성은 86.3세거든요. 인간을 지칭하는 유한한 존재 '필멸 mortal'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훅 들어옵니다. 50년? 30년? 10년? 생각보다 많지 않고,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오늘 저녁 뭘 할까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내일이 항상 있는 게 아니잖아요. 며칠 전부터 만지작 거리던 이 글을 서둘러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아직 피터팬처럼 젖니가 남아있는 딸내미와 영화관 가서 인사이드아웃 보고 떠들어야겠습니다. 혹시나 사춘기에 진입한 아들이 같이 간다고 하면, 활짝 웃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