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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아 Jun 05. 2024

시드니 최애 장소 발견!

크로눌라(Cronulla)

일을 관두고 혼자만의 시간이 펑펑 생겼던 때쯤, 한국의 육지인간으로서 호주에 있는 바다는 최대한 많이 떠나보기로 했다. 내가 살았던 시드니는 바다와 근접해 있어 바다를 보러 가기가 꽤 쉬웠다. 구글맵을 켜서 해안가를 쭈욱 확대하다 보면 크고 작은, 재밌는 이름의 비치들이 군데군데 있으며 버스나 기차를 타면 한 시간 이내로 그곳 해변 앞까지 갈 수 있다.


사람들에게 유명한 본다이, 쿠지, 맨리 비치는 이미 여러 번 다녀왔던 데다 사람들이 대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가기가 꺼려졌다. 그러던 중 시드니 남쪽 부근에 위치한 크로눌라(Cronulla) 비치를 지도에서 발견했다. 당시 살던 곳에서 기차를 타면 환승 없이 갈 수 있었고 시간도 40분 정도면 됐다. 오늘은 여기구나하고 별 고민도 없이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차역에서 내려 비치로 향하는 길

역에서 내려 플랫폼을 나오자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역에서 비치로 향하는 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나는 이곳이 내 인생 힐링 장소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이 아름다움을 한 폭의 그림에 담는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 서핑을 하는 사람, 모래 위 햇살을 만끽하는 사람. 모두 다양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평안하고 재밌어 보였다. 파도 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이런 편안한 여유로움이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 주위에 한참을 앉아서 파도를 바라보다, 사람들을 바라보다 했다.


저 멀리서 온몸으로 파도를 타고 있는 사람을 보고서는 좋아하는 작가님의 좋아하는 말도 떠올려 보았다. 사실 이때는 내게 오는 모든 파도가 좋은 파도여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파도에 깎일 때마다 더 아파했다. 파도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니 자꾸 어딘가에 더 처박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또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괴로워하고… 그런 못된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마음이 힘들 때면 나는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또 가만히 파도를 바라보거나, 파도를 들었다.

아직도 나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상처받고 아파하지만 전처럼 무작정 그것을 통제하려 하지는 않는다. 조금씩 ‘내일은 좋은 파도가 오겠지’의 마음을 이해해 보는 중이다. 어쩌면 값진 인내이거나 조금 슬픈 체념일 수도 있는 말. 이 말을 이해했다고 하는 데에는 아마 평생이 걸리지 않을까?


지금은 기차만 타고서 바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언제든 돌아가서 위로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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