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숲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여름숲



초록이 꽉 차 올라

어디에 발을 들여 놓을 지 모를 산속을 걸었다

심한 폭풍우에 아무도 거두지 않은

누운 나무들이 앓고 있었다


여름숲에서 새들이 시를 쓰는 동안

나무들이 가만히 듣고 있고

나는 그 순간들을 받아적고 있다





봄에는 볼 것이 하나둘씩 생겨나 볼 것이 많다 그래서 봄이라는 글자는 <보다>에서 가져와 명사형 봄이 된다 여름은 열매들이 풍성하게 열리고 초록의 문이 열리는 시기라서 <열리다>에서 데려와 열음 -여름이 되었다 가을은 열매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우리말에 끊다는 의미로 <갓다> <가실한다>라는 말을 경상도에서 사용하는데 가을은 갓(끊)다라는 말에서 어원이 되었다 가실-가슬-가을의 형태로 변화되었다 겨울에는 밖에 나가지 않고 주로 집에 머문다 그래서 계집의 어원인 겨집(집에 있는 여자)가 같은 어눤을 가지고 겨울은 <겻>(머물다)겻+울(안)-겨울이 어원이 되었다

흔한 우리말 중에서 아름다운 말 중의 하나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성 뒤에 이름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붙이기도 한다 순 우리말이지만 그 어원을 생각해 보기는 쉽지 않지만 한번 듣고 나면 괘 설득력이 있는 이름지음에 놀라게 된다

네 계절의 우월은 가릴 수 있어도 네 계절을 이름으로 삼은다면 그 우월은 가릴 수 없을 만큼 다 예쁜 이름이 될 수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대체로 그 계절에 태어난 아이들이 계절의 이름을 갖는다 그렇게 부른다면 같은 이름들이 수없이 많았을 것 같기도 하다

여름 숲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드나드는 만들어진 숲이 아니라 사람의 발길이 드문 길이 사라진 숲을 들어가면 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거대한 자연들이 무서운 기세로 힘을 발휘하여 제 자라고 싶은 방향으로 속도로 넘쳐흐르게 빠른 속도로 초록들이 점령한다

살작 무서운 느낌도 들고 뱀이라는 놈이 공격하지 않을까 잔뜩 진장한 채 들어가면 소나무를 타고오르는 담쟁이들도 풀벌레도 새도 나무들도 조용히 사는데 방해꾼이라도 나타난 양 흔들리고 짹잭대고 달아나곤 한다 땅딸기 뱀딸기 산딸기가 지천으로 열려 있지만 일일이 따다가는 느닷없이 뱀이 나타날까 무서워 오래 머물지도 못한다

여름숲은 풍성하지만 왠지 모를 신성함과 두려움 같은 것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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