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꽃, 다르게 바라보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의 꽃, 다르게 바라보기


시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은 본질과 외형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뉘며 본질적으로는 아름다움을 외형적으로는 덧없음을 상징한다 꽃은 현실을 직시하거나 이상적 염원 정신세계를 상징하기도 하며 기원의 대상 혹은 여인 사랑 등에 비유된다

한편 이해를 구하는 목적으로도 꽃이 사용되기 때문에 시를 지을 때 좋은 꽃을 보지 못하면 붓을 들어도 아름다운 글이 나올 수 없다(詩昨非名花 筆下無嬿詞)고 이규보는 말한 바 있다 이는 상징적 의미만큼이나 시각적으로 바라보는 꽃의 생태적 의미도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꽃은 재생 영생 영혼의 원형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인간의 일상에서는 시들어 사라지는 운명을 지니기도 하는데 이는 세속의 욕망을 역설하는 의미를 함축하기도 한다 좁은 의미로 꽃은 수동적 원리에 입각한 여성성을 나타낸다

또한 상처받기 쉬운 특성이나 생명의 덧없음 아름다움 아름다운 여인 미를 뜻하기도 한다 특별히 이집트에서 꽃은 죽은 자의 무덤위에 뿌려지며 현실적인 죽음을 깨닫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붉은 꽃은 떠오르는 태양 열정을 나타내며 흰 꽃은 청순 무구를 상징하고 붉은 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꽃은 죽음을 가리키며 향기 나는 꽃은 장례의식에 사용된다

제주 무속신화 <이공본풀이>에서 꽃은 환생을 뜻하며, 불교에서 꽃은 생명의 탄생과 관련되며(월인천강지곡) 보살이 마야부인의 태속으로 들어갈 때 꽃이 뿌려졌다고 한다 또한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은 육체의 덧없음과 과거 현재 미래를 한 몸에 지닌 존재로 상징되며 햇빛과 모체인 바다를 상징한다

여기서 태어난 신이 부처로 대우주를 상징한다 도교에서 꽃은 영원한 생명 영적 재생을 기독교에서 장미는 예수의 붉은 피로, 장미와 백합은 성모를 상징한다 (진쿠퍼)

꽃은 전면에 그대로 드러난 채 핵심이 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시에서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현대시에서 꽃은 새로운 리듬이나 이미지를 창조하는 매개로 주로 사용된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서 꽃은 화자의 분신이며 김춘수의 시 꽃에서 꽃은 의미 있는 존재로 김광림의 시 꽃 문화사에서 꽃은 영혼의 세계를 상징한다

최두석의 시 성에꽃에서 꽃은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으로 상징되며 함형수의 시 해바라기에서 꽃은 강한 생명감을 표출하는 등 현대시에서 꽃은 생명 죽음 소멸 정체 좌절(김열규) 등과 더불어 가장 광범위하게 다루어진 소재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꽃은 문학작품 속에서 부활이나 죽음 환생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언급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에는 시에서 꽃은 어떻게 암시되며 그 의도는 주제와 어떤 연관성을 지니는지 혹은 화자와 관련지어 볼 때 그 역할은 무엇인지 등 작품에 등장하는 꽃의 의미들을 읽음으로써 시에 함축된 화자의 내면 의식을 읽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