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된장국」 조민자
우리 이모가 끓이는 된장국은 참 간단하다
항아리에서 된장 한 수저 퍼내어
멸치 몇 마리 땡초 한두 개 다져 넣고
쌀뜨물 한 공기 부어서 밥하는 솥 안에 넣어두면 끝이다.
밥 진액이 넘쳐 들어가서인지
아무런 조미료도 넣지 않았는데 된장국은 깊고 담백하다
...
된장국으로
밥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때가 많다
..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한보시기의 된장국 앞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인생의 연륜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조민자의 시 「이모의 된장국」에서 화자는 이모의 된장국 맛에 대해 무한히 신뢰한다 이모가 끓이는 된장국은 참 간단하다고 말하는 점으로 보아 된장국에 별달리 넣는 것도 없고 만드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똑같은 방법으로 화자가 된장국을 만들어 봐도 화자의 입은 그 맛을 느끼지 못한다 화자는 이모가 끓인 된장국은 깊고 담백한데 된장국 맛에서 느끼는 특별함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독자로 하여금 귀가 솔깃할 정도로 궁금증을 갖게 한다
정말 그렇게 끓이면 맛이 있을 것 같아서 당장이라도 실천해 보고 싶은 마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음식 맛이란 같은 재료라 할지라도 같은 맛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웬만큼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맛을 좌우함에는 오감이 모두 작용하는데 시각이 절반 이상의 정보를 처리하고 난 후 미각이 맛을 본다고 한다
시에서 화자가 느끼는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한 보시기의 된장국 맛은 화자의 이모가 화자를 향해 쏟아내는 사랑은 그 바탕이 신뢰에 있고 모든 긴장이 풀려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화자가 안심하고 받아들이는 맛이다 이 점에서 보면 화자가 맛 본 된장국은 화자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화자에게 줄 수 없는 평화와 안락한 삶의 맛으로 이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인생의 연륜이 주는 평안함과 더불어 친밀함에서 오는 이모만이 가능한 맛내기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 어쩔 수 없는 맛이기 때문이다
시의 화자는 자신이 끓이는 된장국에 대해 완벽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모의 솜씨를 인정하고 긍정한다 그리고 그 이모와는 여유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간다 또한 이모의 된장국은 참 간단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또한 맛난 된장국에 대한 기준을 화자 자신이 아닌 타인(이모)의 솜씨에 맞추는 과정에서 화자는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부족함을 솔직히 시인하고 타인(이모)의 미덕을 인정하고 오히려 자신보다 더 나은 존재로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에서 이미 상자 밖으로 나온 화자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