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자연과 생태

우리 詩와 자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의 자연과 생태



우리 詩와 자연

자연이란 저절로 그렇게 되어 있는 모양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상태 인공 또는 인위로 된 것을 말하며 문화에 대하여 저절로 생성 전개된 상태 저절로 생성 전개를 야기하는 본연의 힘으로서 사물의 성질 본성 본질 조화의 힘에 의하여 이루어진 일체를 말한다(이정호1994)

또한 영생불멸하는 초월적 창조신의 세계와 달리 그 스스로 존재하면서 변천과 성쇠를 되풀이하는 감각적 세계의 일체이다(오세영1999) 시에서 자연은 개성적으로 인식하거나 형상묘사뿐 아니라 관념과 정서로 포착된 대상으로 소재로 사용된다

이는 자연성 자연미 자연예찬 및 자연숭배 심정에 초점을 둔 경험 태도 포착양식으로 인식하는 근원적 성향까지 포함된다 자연은 대하는 태도에 따라 혹은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달리 인식되어 왔다

동양인들의 자연관은 얼마나 사랑하는가라는 발상에서 시작된다할 수 있다면 서양인들의 자연관이란 과학과 발명 산업을 통하여 자연을 지배하고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을 씻어버림으로서 자연에 대해 자신의 위력을 확인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 자연생태계에 가장 심각한 오염을 야기 시킨 것이 바로 이 계몽주의적 자연관이다 인간의 바깥에 존재하는 대상이자 객체일 뿐이라는 관점은 인간이 주인이 되어 자연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통제하며 자연정복을 통하여 인간의 행복과 번영이 보장될 것이라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우리 시에서 자연이 시의 수단이나 목적으로 사용된 시작은 연산군 시절로 볼 수 있으며 부패정치로 일어난 사화를 피하기 위해 현실성이 배제된 자연시의 등장에 시초를 둔다 이는 거듭된 사화의 정치적 사회적 조건 하에서 明哲保身과閑適을 위해 발생된 장르이다(최진원1981)

후에 조선조의 한시와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 윤선도의 오우가 산중신곡 맹사성의 강호사시가에서도 노장사상과 유가의 관념이 자아와 합일사상이 드러난다 조선시대 시가에 나타나는 자연은 인생에 접근되어 이해되었고 동시에 문학상의 참다운 미로 발견되어 갔다 이른 바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자연시가 주류를 이룬 것처럼 자연은 중요시되어왔다

일제강점기에 들면서 자연인식은 우주의 질서로 인식되었으나 인간존재와는 무관한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자연이 개발된다(김지숙 2003) 해방이 되자 서정적 서경적 성향을 보이는 전통적 자연관과 함께 상상적 ․ 정신적으로 혹은 장엄하고 경외의 대상으로 근원적인 힘을 지닌 자연을 인식한다

이 시기 시의 자연은 김소월의 것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이는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이 투영되지 않은 자연 인간세계나 다른 존재와 무관한 존재인 자연으로 인식된다(이남호1999) 1930년대 김영랑 시의 자연은 특정 공간에 관한 실제 관찰로 표현한다 정지용 시의 자연은 시각적 관찰로 박용철 시의 자연은 신비하고 두려운 힘으로 신석정 시의 자연은 강한 서구 이미지로 표현된다 청록파 시의 자연은 박목월의 향토성 조지훈의 민족과 선 박두진의 메시아의 재림으로 본다(김동리1997)

인간에게 자연은 가장 일차원적으로 맞서게 되거나 우호적인 존재로 인식되기에 자연은 의식의 외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의 세계이며 인간의 정신이 경험의 대상으로 삼는 물체계와 그 현상을 일컫는 개념이 되기도 한다

해방 후 전쟁과 전쟁 복구 상황 속에서 자연은 훼손하고 파괴되는 연속이었으며 경외나 친화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유익을 위해서 마땅히 희생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오늘날 시에 나타나는 자연은 앞서 언급된 전통적 자연관을 포함하여 개발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지나친 개발에 대한 비판의식마저 보여준다

시의 자연이 파괴된 관계의 시초는 1930년대 김기림 정지용 김광균 오장환의 시로부터 50-60년대의 박인환 김경린 김규동 박남수 김수영 김광섭 신동엽 등의 시에서 나타나며 이 시기의 자연은 문명비판성으로 나타난다 80년대의 도시시 일상시 등에서도 문명비판성을 띠지만 본격적인 시와 자연의 관계에서 파괴성이 드러나는 시기는 90년대에 이르러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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