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유리창」
시간은 글씨가 사라진 양피지 같아
물고기의 흐린 눈은 물소리를
찾아가고 나는 더듬거리며 창유리에
문을 그려 넣는다
그림속의 여신은 대리석
이마에서 기억의 피를 쏟아낸다
바다는 수평선을 끌어내려
구름을 가둬놓고
그 안에 흐르던 물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밤의 유리창은 꺼진 티브이처럼 캄캄해
검은 대리석 거울 속에 나는 담겨 있다
밤은 블라인드에 가려지는 내 말을 어디론가 전송한다. -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눈을 지니면 일상적으로는 자각되지 못했던 무의식의 욕구나 욕망 갈등 상처 불안 등과 다양한 내면의 모습이 성찰가능하다 그 결과 과거에 집착하던 환상에서 벗어나고 현실의 대상과 현재의 다양한 차원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이를 라캉은 거세된 주체성의 회복이라는 개념으로 본다 시「밤의 유리창」에서는 시간 여신 바다 물소리 유리창 밤 등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행동 층위가 나타난다 그러한 행동 층위는 찾고 쏟고 그리고 흐르고 담기고 가려지는 각각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또한 화자는 밤중에 검은 유리창을 응시하면서 문을 그려 넣는다에서처럼 내면의 문을 만들고 열고 들어가 자기 내면에 잠복한 수많은 무의식과 뜻밖의 환상을 만나 이성과 감성으로 자신을 분석한다 의식적으로 행해 온 많은 일들을 피를 쏟아낸다 흐르던 물소리 전송한다와 같이 혹 꺼진 티브이처럼 기억나지 않은 내면의 기억을 외부로 흘려보내고 무의식의 정서를 이끌어내려는 과정에서 본질적 자신을 만난다
이러한 변화를 거쳐 거짓된 무수한 말들은 사라지고 참된 자신만 남는다 이 경우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환상성은 화자 내면의 결핍 불안 방어기제 등에 직면한다 그리고 내면 깊이 던져진 정신과 의식이 초의식적 활동으로 무의식 속에서 반복되던 환상이 해체되거나 수정된다
이러한 예기치 못하게 분출되는 환상은 결국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경험을 반복적으로 되새기는 과정에서 가능하다 악몽이나 낯설음과 같은 환상성이 적극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창유리에 문을 그려 넣는 이마에 기억의 피를 쏟아낸 거울 속에 담긴 등과 같은 비논리적 징후가 나타난다
그리고 화자의 이러한 상황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환상적이고 감성적인 내면적이고 몽환에 가까운 상태에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