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등 밖으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는 거지처럼
드라이아이스는 낮게 깔리며
내 발끝으로 들어온다
누군가 흘리고 간
이력서 같은 진주목걸이 바닥을 굴러다닌다
나는 어두운 대기실에 앉아
커튼 사이로 무대를 엿 본다
언 생수통이 깨지듯
얼굴 위로 빛이 쏟아진다
<중략>
내 발밑에 내리는 질산 같은 눈
길 끝에는 보이지 않는
커튼이 내려져 있다
눈은 흰색을 지우고 어둠을 부식시킨다
그것은 말랑한 벽이었다
한발만 내디디면 무대 밖이다
애드가 알렌 포우는 모사만으로 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진정한 시는 쾌락을 직접적 목적으로 삼는다고 하였으며 불특정의 감각에 지각된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시「조명등 밖으로」에서는 주로 시각과 촉각에 다른 신체층위가 나타난다 시의 화자는 죽은 시계 낮게 깔리는 드라이아이스 굴러다니는 진주목걸이 얼굴위로 쏟아지는 빛 흰색을 지우는 눈 깨진 조명등 흐르다만 전선줄 등 다양한 사물의 이미지를 통해 시의 배경이 되는 무대를 보여준다
천정의 죽은 시계를 바라보는 우연성과 말랑말랑한 벽이 지닌 아이러니한 반전에서는 기존의 사물 바라보기가 아니라 전도된 감각이 나타난다 눈은 흰색을 지우고 어둠을 부식시킨다는 점에서는 현실과 상상 사이를 오가는 망설임과 리얼리티를 위배하는 모호함이 시의 배경이 되고 한발만 헛디디면 무대 밖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화자가 처한 일그러진 현실에 대한 불안정이 나타난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중얼거리는 거지의 광기 그리고 바닥에 굴러다는 진주목걸이에서는 환상적 착란을 표현한다 시에서 환상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나 사물을 위반하고 사실에 반대되는 조건을 오히려 사실로 변형시켜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이로써 낯선 가운데 신선함과 창의적 발상을 엿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