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릉
허방에 헛디뎌 허우적대던 날이면
수로왕릉 뒤안길을 찾는다
이곳 나무는 서로의 마음을 잘 읽어서
연리지가 되고 가족수가 되어 서로를 닮았다.
가만히 나도 그들 옆에 앉아본다
나뭇잎들이 내게 보내는 위로 햇살이 잦아들 즘
내 마음의 그늘이 하나둘 사라지고
상냥한 오후의 얼굴에 붉고 환한 빛이 몰려든다
김해에는 김수로왕릉이 있고 그분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기쁠 때나 심란할 때에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 수로왕릉을 납릉이라고도 하고 납릉 정문에는 그분의 명복을 비는 영계문이 있다 납릉정문의 문설주 위에 부조물이 있다 푸른 바닷물 속에 마치 두 마리 물고기가 그려진 신어상이 있는데, 나는 특별히 이 두 마리의 물고기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과 가운데 탑 모양이 그려져 있다
두 마리의 물고기는 아유타국 공주였던 허 황후가 살던 나라의 용왕을 의미한다 그 나라에서는 국가에서 의식을 치를 때 맨 처음 용왕에게 기도한다 두 마리의 물고기 가운데 파사탑이 그려진 것을 쌍어문이라고 한다 이곳에 올 때마다 이 쌍어문을 바라보고 짧은 기도를 한다 언젠가 허 황후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는 수로왕릉을 바라보고 가볍게 때에 따라서는 무겁게 인사를 하고는 왕릉 후원을 천천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들곤 한다 후원에 들면 조금 어둡다 나무들이 키 큰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어서이다 하지만 어느 곳보다도 이곳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진정될 때까지 혹은 아픈 마음이 무디어질 때까지 이곳을 걷고 또 걷고 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시선이 나무에 머물고 그 나무들의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 최근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을 두고 그다지 바뀌지 않은 곳이라 내년쯤에 가도 그대로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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