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인 첫째는 유치가 모두 빠지고 영구치가 자리를 잡았다. 둘째는 부정교합이라 초1일 때부터 교정을 시작했다. 초3인 지금은 윗 턱을 늘리는 두번째 과정을 지나가고 있고, 유치도 하나씩 빠지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하교 후 턱이 아프다, 흔들리는 치아가 너무 신경이 쓰인다며 연신 혀로 이를 밀었다. 교정과 진료는 한달이나 시간이 남았고, 공휴일이라 치과를 방문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열심히 흔들어~라는 말 밖에 해 줄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당장 내일이었지만 눈도 오지 않고, 봄 날씨처럼 계속 따뜻해서 크리스마스 느낌이 들지 않아 야간에 개장하는 정원에 저녁 산책을 다녀왔다.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정원의 색다른 모습들을 구경하고 겨울밤의 낭만에 흠뻑 취해있었지만, 둘째의 신경은 온통 흔들리는 이에 가 있었다. 이가 잇몸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달랑이고 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집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며 재촉했다. 아이도 아이였지만, 조마조마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치과에 가지 않아도 뽑을 수 있겠다며 손을 깨끗이 씻고 거울 앞에 섰다. 첫 발치를 하기 위해 용감하게 치과의자에 눕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스스로 이를 뽑아보겠다는 둘째. 작은 덩치 속에 가려져 있는 아이의 맹랑한 똘끼가 분출되고 있었다.
"아... 어쩌지~ 어쩌지~"
거울 앞에서 어쩌지~라는 말만 계속 반복하며 손가락으로 이를 흔들어 본다. 그런 아이를 지켜보다가 선수교체를 해서 엄마가 해볼까 물었지만, 아이는 거절했다.
"엄마, 무서워요. 손 잡아 줘요~"
"엄마도 무서워~"
맹랑함으로 시작한 셀프 발치는 두려움으로 변해 있었다. 아이의 한쪽 손을 잡으니 힘 있게 내 손을 꼬옥 잡는 둘째. 말만 무서운 게 아니었나 보다. 한 손으로 이를 뽑으려니 불편한 것 같아 슬며시 손을 놓았다. 쉽게 뽑힐 것 같았던 이는 마지막 발악을 하는지 시간만 계속 흐르고 뽑히지가 않았다. 문고리와 이에 실을 걸어서 뽑아보자고 했지만,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고 아이는 또 거절했다. 이를 뽑으려 애쓰는 아이의 손은 침 범벅이 되었고, 옆에서 동동거리며 지켜보는 내 손은 땀이 흥건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더 긴장되고 무서웠다.
"오~~~~~~~~~~~"
잠깐 부엌에 다녀온 사이에 아이가 피범벅이 된 손으로 뽑은 이를 보여 주었다. 대단하고 대견하다. 휴지로 흐르는 피를 닦고 가글을 하라고 했다. 피는 금방 멈췄다. 뿌리가 거의 없는 걸 보니 영구치가 내려오고 있나 보다. 치과 의자에 누워라, 신경전을 펼치는 것보다는 내 입장에서 수월한 발치였다.
아이는 발치에 대해 무서워했지만, 나는 셀프로 발치하는 아이가 더 무섭다.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런 똘끼를 지닌 것이냐~~~~~~~
-> 집에서 유치를 뽑았다면 추후 치과에 방문해 잘 뽑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집에서 아이가 이를 뽑은 며칠 뒤에 턱이 아프다고 해서 교정과를 방문해 발치 후 상태도 함께 확인했다. 둘째처럼 많이 흔들려서 쉽게 뽑힐 경우에 집에서 발치를 하고, 되도록 치과에 방문해 안전하게 발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