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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Mar 23. 2023

학원 레벨테스트의 늪

초등2학년에게 꼭 필요한 학원은?


기어이 몸살이 찾아왔다.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하면 할수록 커지기만 하는 고민을 안고 살았더니

몸이 먼저, 그만하란다.


도대체 초등 2학년에게 꼭 필요한 학원은 무엇일까?


이 버거운 고민의 시작은

학원 레벨테스트를 하면서부터였다.


빠르게는 11월부터 학년이 바뀌기 전인 12, 1, 2월이면 한 번씩 본다는 학원 레벨테스트 이야기를

육아 블로그 몇 개만 훑어보아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던 차에 당장 수학학원 레벨테스트 한번 신청해 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게 되었고,

뭐 그럼 나도! 우리도! 한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먼저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학원 레벨 테스트 한번 해볼래?”

“응~ 나도 해보고 싶어”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해보고 싶기까지? 그래! 그렇다면 빨리 스케줄을 잡아보아야겠다 싶었다.   


아이가 초등 2학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

일단. 근처에서 제일로 유명하다는 사고력 수학 학원 두 군데 레벨테스트를 예약했다.

그리고 때마침 반년도 전에, 전화로 문의를 했던 영어학원에서 레벨테스트 기회가 왔는데,

혹시 해보겠냐는 연락이 왔다.

당연히 콜!!


그렇게 세 군데 예약을 하고 아이에게도 상황을 설명해 주고,

별 부담 없이 우리는 그냥 경험 삼아 라는 마음으로 날짜를 기다렸다.


제일 먼저, 엄마들 사이에서 저학년 사고력 수학학원의 대표로 손꼽힌다는

한 학원의 레벨 테스트부터 시작됐다.

테스트는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는 설명을 남기고, 학원 담당자는 아이를 데리고 테스트실로 들어갔다.


칼바람이 부는 토요일 낮.

아이를 혼자 들여보낸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학원 앞을 서성이다가 문득 학원으로 가득한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토요일에도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아이들,

칼바람을 맞으며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 아빠들.

요란하게 비상 깜빡이를 켠 차를 타고 내리는 복잡한 도로 풍경까지...

드라마에서의 모습만은 아니었구나.

주말에도 다들 이렇게나 치열하게 보내는구나... 싶은 마음에 애꿎게도 눈물이 왈칵 나왔다.

마치 이런 세상이 안타깝다는 순수한 영혼처럼 말이다.


꼬박 1시간이 지난 후, 테스트를 끝낸 아이가 나왔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안쓰럽고 대견했다.

고생한 아이를 다독여줄 시간도 없이 이번엔 엄마만 상담실로 들어오란다.

아이의 테스트 결과지 공개와 함께 설명이 시작되었다.

그 학원의 전국 수강생과 비교했을 때 아이의 성적은 상위 1%!

곧 최고반이 개설될 예정인데 그 반으로도 갈 수 있는 실력이란다.


그 순간 나는 왜 그렇게 떨리는 건지...

아이는 혼자서 어렵다는 테스트도 잘 마치고 나오는데,

결과지를 받아 든 엄마는 주책맞게도 감정이 요동을 쳤다.

큰 칭찬이었지만 준비가 안 된 채 받은 터라 더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걸까.

그래도 잘한다는 말에 기분은 최고였다.


그런데 문제는... 레벨테스트 이후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거다.

결과를 받은 다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허술한 엄마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거다.

일단, 생각을 좀 더 해보기로 하고 첫 번째 레벨테스트를 마무리 지었다.


남들은 쉽고도 흔해 보이는 학원 레벨테스트가

나는 그렇게 두서없고, 정신없이 끝나고,   

곧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레벨테스트로 아이의 수준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학원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결정해야 했다.


일찍부터 학원을 보내는 엄마, 초등 2학년은 아직 학원이 필요 없다는 엄마,

교육전문가들이 올려놓은 각종 유튜버 영상,

학원별 경험담을 담은 엄마들의 블로그... 등등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과 자료들을 찾고 또 찾았다.


그러는 중에 신청해 두었던 나머지 두 학원의 레벨테스트도 마쳤는데,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레벨테스트를 하면 할수록

‘결정’이란 걸 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이 줄줄이 이어지기만 했다.


학원마다 레벨은 왜 차이가 나는 걸까?

학원에서 결정된 우리 아이의 레벨은 적당한 걸까?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학원은 이유가 뭘까?

우리 아이는 어떤 학원이 잘 맞을까?

학원을 보낸다면, 어떤 부분을 기대해야 하는 걸까?

만약 지금처럼 계속 집에서 엄마표로 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걸까?


학원에 대한 기준조차 없이 시작된 고민을 해결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자료서치는 해도 해도 부족했다.

어렵사리 찾아낸 학원 교재 사진까지 확대해 가며 일일이 다 읽어보고 비교해 보아도

고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했다.


그렇게 고민만 하는 사이,  

이미 인원이 다 차서 마감이 돼버린 수업도 생기고,

인원이 없어 폐강이 된 수업도 생겨났다.

점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면서 밤엔 잠도 오지 않았다.

내 아이 문제인데도 누가 나 대신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몸살이 나고 말았다.

엄마로서 탁월한 선택과 결정을 내려 주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괴로웠다.

미안한 마음을 안고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학원 가고 싶어?”

“응. 한번 가보고 싶어”

“어떤 학원?”

“다 괜찮아~ 친구가 다니는 학원이면 더 좋고”


아!!!!!


아이는 명확했다.

친구들이 대부분 학원을 다닌다고 하니까 자기도 한번 가보고 싶단다.

학원이 궁금하기도 하고, 친구랑 다니면 더 재밌을 거 같단다.


그랬다!

이제 초등 2학년인데!

한번 시작해 보고 아니면 그만 두면 되고

괜찮다 싶음 계속 다니면 되고!


초등 2학년 아이의 학원 결정이

아이의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인생을 바꿔놓는 것도 아닐 텐데...

이렇게까지 고민할 일이었을까!

엄마가 오버한 것이다.

아들! 언제나 답은 너에게 있다.

엄마는 그저, 무언가를 이렇게까지 깊이 온 마음을 다해 고민해 본 게 오랜만이었다는 기억으로 이번 고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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