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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May 07. 2023

아이 학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


일주일에 두 번, 아이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웃동네로 피아노 수업을 간다.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상가 피아노 학원도 있고

하교시간에 맞춰 픽업까지 해 주는 학교 앞 피아노 학원도 있고. 

지척에 갈 수 있는 피아노 학원이 많이 있지만 

굳이 차를 타고 이웃동네까지 간다. 

유치원 다닐 때, 그저 유치원 가까이에 있는 피아노 학원을 찾아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 

이제는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고 함께 수업하는 친구들 누나들이 좋아서 

그 피아노 학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 엄마는 별 수가 없다. 

덕분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이후로 

일주일에 두 번 차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하는 것 외에도 

아이가 수업을 하는 50분씩 두 번을 꼬박 기다리는 일이 내 몫이 되어버렸다. 


50분이 긴~ 시간이라 생각하고 근처 마트에 장 보러도 가고, 

근처 빵집이며 반찬가게도 들러 보고, 

우아하게 카페에 앉아 커피도 마셔보았는데,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거나, 애매하게 남아서 

시간 활용하기도 여유를 즐기기도 참 마땅치가 않다. 

그러다 보니 늘 마음은 불안하다. 

딴짓하다 혹시 아이 마치는 시간을 못 맞추기라도 할까 봐, 

그러다 아이가 남의 동네에서 엄마 없이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늘 시간에 쫓기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갈 때마다 오늘은 어디를 들를까를 고민하다 보면 가기도 전부터 피곤해진다. 

그러다 비 오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날씨탓 하기 딱 좋은 날들은 움직이기 귀찮아진다. 

다행히 주차장이 야외에 있어~ 차에 앉아 사람들 구경도 하고, 때로는 멍도 때려보고, 음악도 들어보았는데, 

나란 사람 이상하게도 차 안에서 자유롭지가 않다. 

음악 소리가 조금만 커도 지나는 사람들이 차 안을 힐끗 거리는 것 같고, 

혼자 차에 앉아 히터 틀고 에어컨 트는 건 또 왠지 에너 낭비에 환경에 큰 잘못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부담스럽고, 

뜻밖에도 내 차 안에서 하는 내 행동이 불편했다. 


결국 학원 복도를 선택했다. 

가장 만만한 건 복도에 앉아 조용히 핸드폰을 보는 일이다. 

학교 알림장이나 학원 알림장 체크부터 하고, 

각종 SNS 사이트에서 업데이트 목록을 확인하고 

사건사고 소식도 보고, 연예 뉴스까지~ 쭉 한번 훑고

평소 즐겨 보는 쇼핑몰까지 들러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물건들을 살까 말까~ 

또다시 고민을 하다 보면 아이가 나올 시간이다. 


그런데.... 이러고 있기에는 한두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서, 

어느 순간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한 대안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생각보다 자주 닥친다. 

일주일에 두 번, 뭐 하며 50분을 때울까... 고민하고, 

갈 곳 없어, 할 일 없어 방황하는 건 심지어 쓸쓸해진다. 


그래서 시작한 건 독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늘~ 이야기하는데, 일주일에 두 번 오롯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하니까,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아이는 피아노 수업을 끝나고 나올 때마다 책 읽고 있는 엄마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엄마~ 오늘은 무슨 책 읽어? 

      재밌어? 

      어떤 내용이야? 

      작가 이름은 뭐야? 

      얼마나 읽었어?.... 


아이는 엄마가 읽는 책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이라는 학교 설문에 우리 엄마!!라고 쓴다. 


피아노 수업 50분씩 2회면 100분. 

셔틀이 없어 내가 데려다주고 기다려야 하는 수학학원, 미술학원까지 시간을 보태보니, 

일주일에 300분. 자그마치 5시간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인 줄 몰랐다. 

그 사이 나는 마음에 두었지만, 미루어 두었던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아는 사람을 만나 수다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컨디션에 따라 무엇도 할 의지가 없는 어떤 날도 있고, 

아이 스케줄에 변동이 생기면 나의 상황도 어김없이 달라지고 말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때우지 말고 잘 써보자~ 생각하며, 

나의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기를 바란다. 


생전 배워볼 일 없다 생각한 드럼을 배워 보고, 

코로나로 멈추었던 플롯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글을 쓸 짬이 날지도 모르니 노트북도 챙겨 다닌다. 

물론 한 권의 책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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