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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Jun 22. 2023

여행을 간다는 건?

꿈을 꾸는 일이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결정이 되는 순간부터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뜨고 설렌다. 


딱 3년 6개월 만에. 우리 가족은 해외여행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가 수그러들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친구들이 너도나도 해외로 여행을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도 가면 안 되냐고! 노래를 하던 아이의 바람이 첫 번째 핑계이고, 

올해로 결혼 10년을 맞아, 유럽으로 여행을 가자~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던 멕시코로 다시 가는 것도 좋겠지~ 라던 꿈이 아무래도 맥없는 꿈으로 끝난 듯 하지만 어쨌든 결혼 10년이라는 핑계도 충분히 명분이 된다. 

게다가 3년을 넘도록 쓰지 못해 넘치는 마일리지 해결이라는 미션도 핑계라면 핑계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만약 싱글이라면 진작에 짐을 쌌겠지만 그러지 못해 답답하고 간절해진 내 마음이다. 지극히 나한테는. 


그렇게 추진이 된 해외여행. 

너무 오랜만이라서인지 여행지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가 않았다. 4박 5일이라는 짧은 일정에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곳이면서 비용에도 부담이 없는 가성비 여행지 중에서 제일가보고 싶은 곳, 잘 다녀왔다 할 만한 곳을 고르려니 어려웠다. 왠지 앞으로는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거 같은 마음이 들어 더 신중해졌다. 


여행지를 두 번씩이나 바꿀 만큼 고민한 끝에 결정한 곳은 태국 치앙마이. 


이어서 여행날짜와 여행지가 정해지면서 지금 우리 세 식구는 각자의 방식대로 꿈을 꾸고 있다. 늘 그렇듯 남편은 아이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로 표현을 할 뿐이지만, 우리 아들은 매일매일 디-데이를 세며 이제 며칠 남았다~ 며칠만 지나면 비행기 탄다~를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마치 산타할아버지가 제일로 갖고 싶은 포켓몬 카드를 선물로 주시리라 굳게 믿고는 크리스마스날 아침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지난 12월처럼 애를 태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아이만큼이나 들뜬 마음인 나도 나름의 방법으로 여행 준비를 즐기고 있다. 


먼저 서점으로 달려가 치앙마이 책 한 권을 구입했다. 책을 읽으면서 모자란 내용이나 부족하다 싶은 최신 정보는 치앙마이 여행 후기를 소개하는 블로그 글들을 함께 읽어보면서 여행지에 대한 감을 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태국으로만 따지면 다섯 번째지만 치앙마이는 처음이라 대표 지명부터 익히고, 핫플레이스를 메모해 두고, 지도를 살펴보며 위치를 파악하고 동선까지 체크해 둔다. 충분한 자료조사와 적절한 플랜은 여행이 좀 더 수월할 수 있게 도와줄 거라는 생각으로 필요한 정보들은 파일로 정리를 해두고, 중간중간 정보 추가나 수정 작업들도 계속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들고 다니면서 보기 편하고 활용하기 편하도록 핵심 정보와 디테일 정보를 구분해 정리하고, 현지 상황에 따라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위한 대안까지도 정리해 둘 생각이다. 

지금의 열의나 의지라면 아마도 일을 할 때 했던 기획안 작업과 비교를 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열의와 의지가 넘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사실 여행 스타일이 완전 다른 남편과 - 이건 신혼여행에서부터 확실하게 느꼈다 – 어릴 적 몇 번의 해외여행때마다 휴양지 경험만 있는 9살 아이가 더운 날씨에 체험과 관광이 포함된 또 다른 스타일의 치앙마이 여행에 기꺼이 동참해 줄지가 의문이다. 유난히 더위에 약한 아들은 더운 날씨 때문에 호텔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움직이기 싫어할지도  모르고, 여행지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남편은 여행지에서 조차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때마다 나의 넘치는 열의와 의지가 이런 상황들을 이해하기 싫어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나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요즘, 어느 때보다도 부지런을 떨고 있다. 

여행을 간다는 건, 이렇게 축---- 쳐져 있던 내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아이가 오늘 등굣길에. 

“엄마 빨리 여행 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 

“그래도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하진 않아?” 

“응! 행복해” 


아이의 눈이 웃고 있다. 


“엄마는 여행을 갈 때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직전이 가장 행복하더라~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이 시작되는 즐거움도 있지만, 소중한 여행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기다리는 즐거움을 마구마구 즐기자~” 


닥칠지도 모르는 걱정들은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그저. 지금을 오롯이 즐겨야 하니까!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간다는 건,  

최고의 여행친구와 함께 한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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