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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Nov 15. 2023

지금은 늙는 중입니다

 아무리 거울을 보아도 이쁜 때가 없다. 이~~ 쁘지 않더라도 오늘은 좀 괜찮다 싶은 때도.... 없다. 참 희한하게도 생겼다 싶다. 눈은 크고, 작고 낮은 코에, 입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피부가 유난히 칙칙해 보인다. 종종 마스크 팩도 해보고,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기능성 화장품을 발라도 본다. 귀찮아도 건너뛰는 법 없이 매일매일 꼼꼼히 챙기지만 여전히 뽀얗거나 촉촉해 보일까 하는 기대는 무너진다. 표정도 문제다. 자꾸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간다. 심술이 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조바심이 난다. 의도적으로나마 입꼬리를 올려가며 많이 웃으려고 하지만 이 때도 조심해야 한다. 과하게 웃는 순간 더 못생겨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못생겨도 세련되거나 매력적인 사람도 있고 순하거나 선한 인상도 있던데. 애초부터 좋은 인상을 가지는 복은 타고나질 못했다.  


예전에도 이렇게 못생겼던 걸까?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렇게까지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못생겨진 모양이다. 보톡스를 한번 맞아볼까? 진정 의느님의 힘이 필요한 때가 된 걸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다. 얼굴만 그런 게 아니다. 


마음에 안 들기는 몸도 마찬가지다. 아랫배에, 등짝, 옆구리, 골반 쪽으로 슬슬 붙기 시작하는 군살에다 정작 있어야 할 근육은 없는 몸매라는 것이 그야말로 비루하다. 심지어 몸 곳곳이 하나 둘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손가락 마디 중 몇 개가 아프다. 손을 쓰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날이 올까 봐 불안하다. 며칠 전에는 목을 삐끗했다. 별 동작도 아니었다. 옷장 정리를 하던 중에 옷장 행거에 걸려있던 옷들을 한쪽으로 옮기는데, 순간 목에서 뻑! 하는 소리가 났다. 그냥 그렇게 며칠을, 아예 목을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흔한 일상의 행동도 이제 조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움직여서는 몸이 따르질 못한다. 매사 생각이 필요하다. 표정도 신경 써야 하고, 말투도 신경 써야 한다. 소홀해지는 순간 무너진다. 


정신머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돌아서면 잊어버린다고 하더니 딱 내가 그렇다. 해야 할 일을 자꾸 까먹는 데다, 했는지 안 했는지도 헷갈린다. 예전의 기억력이 한 덩어리 뚝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소한 것도 열심히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이가 엄마 하는 모양을 보고는 스스로 자신의 할 일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기특하다. 요고 하나 얻은 거 같다. 그리고 겁이 난다. 나이를 먹고 있는 엄마가 아이가 원하는 걸 받쳐주지 못할까 봐. 


이렇게 나이를 먹어간다. 나이를 먹고 늙어감을 고스란히 보고 있다. 나이가 눈에 보인다는 건, 슬픈 일이다. 덩달아 마음도 늙는다. 의지나 열정도 늙는다. 안 늙을 줄 알았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늙는 건 한참 뒤에나 겪을 줄 알았다. 마흔아홉이 뭐 그리 늙는 타령일까 싶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 마음이 그렇다. 늙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늙고 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마흔아홉 해를 살아온 나는 지금의 얼굴, 지금의 몸, 지금의 생각, 표정, 마음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의 내 모습은 고스란히 내 삶의 모양새라는 걸.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한 게 뒤늦게 후회된다. 뒤늦게 반성도 한다. 


친정 엄마는 60을 넘긴 어느 날 몸 구석구석이 늙는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안 아픈 데가 없고 그래서 사는 게 겁이 났다고 했다. 또 누구보다 정확하고 반듯하시던 시어머니가 80이 되는 즈음 어머님이 늙고 계시다는 걸 옆에서 나도 느낄 수 있었다. 


노화를 연구하는 한 의사가 사람은 생애 3번 정도 급격한 노화가 진행된다고 했다. 그러니  시간이 흘러 흘러 또 어느 날 내가 늙고 있구나... 를 다시 절실히 느끼는 때가 올 것 같다. 그때는 지금처럼 후회나 반성으로 거울 앞에서 울지 않기를 바란다. 그 사이 내가 만들어 놓은 나의 모양새가 조금 더 만족스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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